[의학 프리즘] '하더라 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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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건강기사와 관련해 독자들의 문의가 가장 많은 것 중 하나가 '내 병엔 무엇이 좋은가' 이다.

골다공증엔 홍화씨가 좋고 당뇨엔 누에가 좋다는 식이다.

그러나 어디에 무엇이 좋다더라는 이른바 '하더라 증후군' 은 간과해선 안될 함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임상시험의 유무다. 신약은 시험관실험과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까지 마쳐야 비로소 효능을 인정받는다.

시험관과 동물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인 신약이 사람에선 무용지물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시험관에선 소금물만 조금 진한 농도로 넣어줘도 암세포가 죽는다. 하지만 소금물을 암치료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둘째 위약(僞藥)효과다.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있더라도 위약효과가 아니란 것을 입증해야 한다. 위약효과는 대부분의 질환에서 나타난다.

특히 두통.요통.소화불량.불면증 등 마음에서 비롯된 심인성 질환일수록 위약효과가 강력하다.

그럴듯한 약을 보면 꼭 나을 것이란 환자의 자기암시가 통증경감 등 일시적인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셋째 인과(因果)관계를 교란시키는 변수다. 임상시험을 거치고 위약효과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교란변수가 있으면 효능을 인정할 수 없다.

수 년 전 강화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발바닥에 티눈이 있으면 평균수명이 길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를 '티눈〓장수' 로 오해해선 안된다. 티눈과 장수 사이엔 운동이란 교란변수가 개입됐기 때문이다.

즉 운동을 많이 하면 티눈이 잘 생기고 운동하면 장수하기 때문에 티눈이 있으면 장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장수를 위해선 운동을 해야지 티눈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누구나 속시원한 해결책을 원한다.

'하더라 증후군' 도 이처럼 절박한 심리적 배경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귀에 솔깃할수록 '하더라 증후군' 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혜걸 의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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