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구매 로비방지 신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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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철저하고 투명하게 심사하라. 한푼이라도 받으면 쇠고랑 찬다. "

4조3천억원짜리 차기 전투기사업(FX)선정기한이 8개월이나 남아있는 데도 벌써부터 업체간 수주경쟁이 격화하자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이 요즘 회의 때마다 꺼내는 단골메뉴라고 한다.

올해안에 FX사업을 포함, 10조원 규모의 무기 구매사업을 확정해야 하는 부담에 趙장관이 '쫀쫀하다' 는 내외의 눈치에 아랑곳 않고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趙장관이 내린 지시는 두가지다.

첫째는 공개 로비 촉구다.국방부 관계자는 "무기도입 사업과 관련된 것이면 만난 사람.대화 내용을 비롯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계선을 따라 장관에게까지 보고하도록 지시가 내려왔다" 고 말했다.

게다가 '가급적 공개된 자리에서 만나도록 하라' 는 지시도 있어 실무자들은 이래저래 업체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

둘째는 기록이다. 무기 구입과 관련된 실무자들은 상관의 지시를 모두 노트에 적어둬야 한다.

조달본부 고위 관계자는 "무기구매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토론 내용, 수정된 서류, 수정한 이유, 일상적 상부지시까지 모두 기록하고 있다" 고 말했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과거의 노트와 서류를 증거로 책임 유무를 따지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뭔가 '깐깐하게' 굴어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간혹 과원이 과장에게 수정한 내용에 대해 서명하라고 요구, 두 사람 사이가 서먹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방연구원 김성배(金聖培)박사는 "린다 김 사건처럼 로비에 의한 비리를 막기 위해 무기구매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 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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