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연설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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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6일 "이 정부가 약속했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 3년 만에 '신(新)권위주의와 신관치경제' 로 후퇴했다" 고 말했다.

국회 대표연설에서 그가 내린 DJ(金大中 대통령)국정에 대한 종합진단이다.

한 당직자는 "정쟁 중단과 민생우선 정치를 제안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전한 李총재의 시국관" 이라고 말했다.

시국관의 핵심은 "DJ의 '강한 정부론' 은 검찰(공권력)과 국세청(조세권)을 동원해 정치공작.보복으로 야당과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 는 것이다.

그러면서 李총재는 국회 내에서의 정치 대혁신을 제안했다. '국민 우선 정치(People First)' 도 내걸었다.

이 당직자는 "의원 꿔주기와 안기부 자금 수사를 통해 여권이 추진 중인 정계개편 의지를 국회 내에서 막아나가겠다는 의지" 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정쟁에 환멸을 느낀 국민 여론을 선점(先占)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고 그는 덧붙였다.

또 李총재는 올 봄에 전개될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서울 답방 정국' 에도 선을 그었다.

"답방이 현 정권의 정권 연장으로 이용된다면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 "답방이 경제적 이득이나 챙기고 우리 사회에 혼란을 유발하는 의도여선 안된다" 고 강조했다.

이 당직자는 "답방 카드가 DJ가 노리는 정계개편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미리 경고를 해둔 것" 이라고 말했다.

李총재가 언론사 세무조사에 연설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李총재는 '언론의 자유를 떠드는 자는 사회주의를 향한 길에 방해가 될 뿐' 이라는 레닌의 말까지 인용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언론의 비판.감시기능이 죽은 사회는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독재국가" "언론의 자유는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등 직설적인 표현도 동원됐다.

경제문제에선 "정경유착과 포퓰리즘을 철저히 배격하고 정치논리와 대북정책이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분야별 발언 요지.

◇ 정치 대혁신=우리 정치가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공멸의 정치 속에서 국민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이 정권이 말하는 '강한 정부' 란 국민, 야당, 그리고 언론에게 '강한 권력의 힘' 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 정권이 '법과 원칙과 정도' 를 강조하고 있지만 권력이 자기 편한 대로 남용하는 법은 민주주의 법이 아니다. 비열한 정치보복이 사라져야만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될 것이다.

◇ 언론 세무조사=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언급한 바로 그날 밤부터 공영방송들이 연일 일부 신문사를 맹비난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언론의 자유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 가 그 핵심이다.

세무조사가 합법적이라고 해도 언론제압을 위한, 정당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될 때는 정당성이 부인되는 게 법치주의의 원칙이다.

◇ 답방=金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6.25와 테러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북한의 진솔한 사과 없이 남북간의 진정한 화해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수호.서승욱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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