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PION 일기] 북한 어려운 전력사정 알게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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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 저쟝성 항조우의 소수력(小水力)발전 국제 네트워크(IN-SHP)는 1994년 UNDP가 주축이 돼 설립한 중국 최초의 국제 NGO다.

세계 50개국의 1백여 단체들과 국제 소수력 관련 교육.연수와 함께 정보.기술을 교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곳에 온 나는 세계 각국에서 온 8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개발프로젝트 요원으로 근무중이다.

그간 독일인 선임자 밑에서 기금모금 관련 업무를 해오다 두 달 전부터 독자적으로 중국의 신규 댐 투자 유치 및 해외단체와의 교류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수력발전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이 재정능력이 없는 우리 단체에 수력발전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때 나는 우리나라가 지원해 준다면 북한동포도 돕고 북한과의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북한의 에너지 문제는 심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올해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중요한 전선은 전력공업" 이라며 "대규모의 수력발전을 세우고 전력생산을 높이자" 고 했을 정도다.

나는 한국의 단체.기업 등에 편지를 보내 호소했다. 그러던 중 김재규 통일부장관으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남북 당국간 전력 협력을 위해 올해부터 남북 공동의 전력실태 조사가 있을 예정이며,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애정 어린 의견에 감사하다" 는 내용이다. 힘이 빠져있었던 나는 다시 의욕이 솟았다.

사실 자원봉사자로 이 곳에 첫발을 디디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한 겨울 난방시설이 제대로 안돼 헤어드라이어를 손난로로 쓰며 추위와 싸웠다.

아침마다 하나뿐인 샤워실을 점령하기 위해 봉사자들끼리 쟁탈전을 벌였다. 공동 부엌을 만들어 달라고 중국인 책임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문화가 다른 봉사자들간 오해도 있었다.

그렇지만 기쁨이 더 컸다. 소동파가 감탄한 아름다운 서호의 경치를 만끽하며 운동도 하고, 업무를 마치고는 중국 친구들에게 중국어도 배웠다. 외국 친구들과도 정을 쌓았다.

중국 문화도 많이 알게 됐다. 무엇보다 이 곳 시스템은 나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키워주는 기회였다.

박혜준(朴惠晙.29.여.국제NGO인턴/봉사단 2기.중국 항조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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