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잘못 뽑아 1억4000만달러 날려" 아이스너 법정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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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왕국'월트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아이스너(사진)의 독단적 경영스타일이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디즈니 주주들이 그가 독단적 결정 하나로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날렸다며 7년 전 낸 소송의 공판이 20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 법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아이스너 당시 회장 겸 CEO는 1995년 9월 할리우드의 거물 브로커 마이클 오비츠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가까웠던 둘 사이는 곧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업무 영역과 회사 권력을 놓고 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이스너 회장은 결국 14개월 만에 그를 해임했다.

이에 오비츠는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5년 임기 중 본인의 잘못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거액의 보상금을 받는다는 서류였다. 이 약정에 따라 오비츠는 약 4000만달러의 현금과 1억달러어치의 스톡옵션을 받아 챙겼다.

그러자 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사회가 오비츠 채용 당시의 계약조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음으로써 회사, 나아가 주주들의 이익이 그만큼 사라졌다며 소송을 냈다. 1997년에 낸 이 소송은 그동안 회사 측의 지연작전으로 이제야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원고(주주) 측 증인으로 나온 듀크대 법대의 데보라 드모트 교수는 "아이스너 회장이 이사회 전체가 아닌 2명의 이사에게만 오비츠 채용 계획을 알렸고, 해고와 관련된 이사회 의사록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재판은 약 한 달간 이어지는데 핵심 인물인 아이스너와 오비츠는 다음주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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