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다디 이상은 "아니벌써 10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이상은을 이야기하면서 '담다디' 부터 말해야 하는 게 좀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올해 서른한살. 이제 어엿한 실력파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녀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도 탬버린을 요란하게 흔들며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 담…' 을 외쳐대던, 껑충한 왈가닥 여대생을 떠올리는 게 사실이니, 가수가 데뷔 때의 이미지를 벗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지난해 영화 '봉자'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과 베스트 앨범 '돈 세이 댓 워즈 예스터데이' 를 선보였던 이상은이 정규 앨범인 10집을 출반했다. 1989년 1집 이후 12년 만이며 99년 9집 이후 2년 만이다.

이상은이 음반 기획사가 만들어준 음악을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싱어 송라이터로서 본격 평가받기 시작한 것은 '공무도하가' 등이 수록된 6집부터다.

역설적으로 이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아티스트로서 주로 관조적인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 그것도'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경험했던 가수가 대중의 인기와 멀어져 있는 것이 정말 자발적인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엔드리스 레이' '오늘 하루' 등이 담긴 10집 역시 현재 한국 주류 대중음악계의 유행과는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앨범의 독창성과 완성도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상은을 우리 시대의 행복한 아티스트로 만들지, 아니면 잊혀진 가수의 한명으로 만들지는 전적으로 대중의 몫이다.

글〓최재희.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