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딸에게 입학선물로 무엇을 줄까 고민하던 회사원 김모(46)씨. 우연히 자신이 전에 가입했던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내온 e-메일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고등학생들이 갖고 싶어하는 선물 목록과 가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金씨는 선물 목록 중 딸이 평소 갖고 싶어했던 컴퓨터를 클릭했더니 고등학생이 쓰기에 적당한 사양의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는 쇼핑몰 코너로 연결되었다.
네티즌이 회원으로 가입할 때 입력한 신상정보와 가족의 생일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보관해뒀다가 적절한 시기에 자동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e-메일로 보내주는 '온라인 고객관계관리(eCRM)' 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마케팅 효과를 끌어 올릴 수 있는 eCRM을 앞다퉈 도입하면서 새로운 맞춤형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 취향 꿰뚫는 e-메일〓모닝세븐(http://www.morning7.net)에 가입한 이유진(27)씨는 금요일마다 주말 극장가 소식이 가득 담긴 e-메일을 받는다.
또 고혈압 환자의 목욕방법 및 겨울철 주의사항 등에 관한 건강상식과 고혈압 환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시하는 e-메일도 가끔씩 도착한다. 이 사이트에 처음 가입할때 자신의 취미를 '영화보기' 로, 부모님의 질병을 '고혈압' 이라고 입력해뒀기 때문이다.
모닝세븐을 운영하는 데이타웨이브는 39개 업체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아 제일은행.에브리존.베스트바이어 등 26개 고객사의 회원들에게 1대1 맞춤 e-메일을 매달 1천만건씩 발송하고 있다.
과거처럼 손으로 일일이 분류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지금은 10여명이 손쉽게 해결한다.
다음(http://www.daum.net)이 최근 도입한 인공지능형 e-메일 자동응답 시스템 '토크로' 도 eCRM을 적용했다.
회원이 e-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해 '다음카페는 어떻게 만드나요' 라고 질문을 해오면 토크로는 다음카페의 개설방법에 대한 질문임을 알아채고 상세한 방법이 담긴 e-메일을 자동으로 보내준다.
한미은행.현대자동차 등에 e-메일 마케팅 시스템을 제공한 네티써스(http://www.netisus.co.kr)의 안상도 사장은 "올 한해 동안 온라인 업계의 최대이슈는 eCRM이 될 것" 이라며 "닷컴기업은 물론 전통기업도 eCRM을 적극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 맞춤형 토털 서비스〓인터넷서점 크리센스(http://www.cresens.com)의 운영자는 얼마 전 고객 이정아(35)씨로부터 '무지하게 놀랐습니다' 라는 제목의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이 사이트가 추천한 책이 얼마전 자신이 아이에게 사다준 책과 똑같이 일치했다는 내용이었다.
李씨는 '천국이 내려온다' '자전거도둑' '오늘은 다르게' 등 7권의 책을 크리센스에서 주문했는데, e-CRM이 주문한 책들의 경향을 바로 분석해 '이슬이의 첫 심부름' '벼농사 모두가 기른 벼' 등 4권을 자동으로 추천했다. 그런데 이 책들이 李씨가 다른 곳에서 구입한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가격 경쟁만으론 한계에 부닥친 온라인 쇼핑몰들이 고객 개개인의 특성 파악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eCRM 구축에 가장 적극적이다.
레저포털사이트 넷포츠(http://www.netports.co.kr)는 씨씨미디어(http://www.ccmedia.co.kr)의 eCRM 솔루션인 'e-브라더' 를 도입해 고객이 구입한 제품의 성향과 특성에 맞춰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이달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예컨대 스키 장비 중 플레이트만 구입한 고객에게 바인딩이나 부츠 등 비슷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사이버 이마트(http://www.e-mart.co.kr)는 버추얼텍(http://www.virtualtek.co.kr)과 함께 약 20만명의 고객을 성.연령.지역.가입기간.방문횟수 등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각 고객의 사이트 열람시간.공동구매 참여율.사이트 방문율 등을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원낙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