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박에스더 선생 "YWCA와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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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해방 후 30여년간 여성.사회운동을 이끌며 대한YWCA를 성장시킨 박에스더 선생이 지난달 30일 오전 4시(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9세.

평남 강서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살 때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민가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미국 YWCA연합회에서 활동했다.

1947년 대한YWCA 고문총무로 임명된 뒤 80년 하와이 양로원으로 떠날 때까지 여성 직업훈련 및 지도자 양성에 힘썼다.

"아주 큰 별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박에스더 선생님이 안계셨다면 지금의 YWCA가 없었을 거예요. 한국 YWCA의 기틀을 세웠을 뿐 아니라 한국 여성 지도력을 일깨우셨습니다."

79년 박에스더 선생의 전기 '풍요한 삶' 을 쓴 한국여성정치연맹 이사이자 한국YWCA 명예위원인 김현자(72)씨는 고인을 이렇게 회고했다.

고인은 한국 YWCA 행정체계를 확립하고, 지방 YWCA를 신설했다.

주한 외교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민간외교 역할에도 적극적이었던 고인은 현재 명동에 있는 YWCA회관 건축에도 앞장섰다.

YWCA는 특히 국내 여성 지도자들을 배출한 산실로 유명한데 영부인 이희호 여사도 60년대 초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YWCA에서 총무로 활동했다.

명랑하고 사교적인 성격, 적극적인 추진력으로 존경을 받은 고인은 "여성들이 주체의식을 갖고 일하며 봉사해야 한다" 고 늘 강조했다고 한다.

고인은 64년 이화여대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통령 공익포장.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평생을 미혼으로 지낸 고인은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나는 YWCA와 결혼했어" 라고 대답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인의 장례식은 9일 하와이에서 열리며 대한YWCA연합회는 6일 오후 2시 연합회 회의실에서 추모예배를 갖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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