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 직원, 주경야독 '빛나는' 졸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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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구 중구청에서는 요즘 "졸업을 축하한다" 는 인삿말이 부쩍 늘고 있다.

김주환(金周煥.61)구청장을 비롯, 직원 21명이 한꺼번에 대학 졸업장을 타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오는 16일 영진전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다.

이날 졸업식에서 金구청장이 학교로부터 공로상을 받고 직원 한명은 우등상도 받는다.

구청장부터 9급 직원까지 동기동창이 된 것은 2년전 영진전문대 중구청캠퍼스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1998년 단체장 선거과정에서 '고졸출신' 등의 학력시비를 당했던 김구청장이 영진전문대측과 협의해 아예 구청 회의실에 야간 캠퍼스를 열었던 것.

"무턱대고 학력만 따지는 세태가 괘심했다" 는 김구청장은 '최종학력을 적을 때 자존심이 상하는 직원들은 나를 따르라' 며 앞장을 섰다.

여직원 2명을 포함, 과장급부터 동사무소 직원까지 평균연령 47세의 만학도 20명이 따랐다.

일과후 컵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밤 10시까지 강의를 계속했다.

입학당시 구청장이 "앞으로 2년간 무슨 일이 있어도 수업은 빠지지 않겠다" 는 개근 의지를 밝했고 과대표로 인사계장 설성권(薛成權)씨가 맡게 되자 초반부터 수업분위기가 살아났다.

김창묵(金昌默.54) 지도교수는 "학습내용이 업무와 직접 연관돼 본교 학생들에 비해 이해의 폭이 달랐다" 고 말했다.

직위보다 학번으로 통하는 강의실에서의 격의없는 대화는 구청 조직의 의사통로 구실을 하기도 했다.

수업을 마치면 교수.학생이 함께 대폿집에도 들러 토론이 연장되기도 했다.

지난해 봄에는 동해안의 감포 바닷가로 졸업여행을 가 바다낚시대회도 열고 축제기간에는 본교를 찾아 젊은 학생들과 막걸리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김구청장과 과장급 3~4명은 공부를 더 계속하기 위해 요즘 4년제 대학 편입을 알아보고 있다.

올해부터는 사회복지학과가 개설되는 중구청캠퍼스에는 현재 20명의 직원들이 등록을 해놓고 있다.

대구=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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