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잔량 갑자기 늘면 일단 의심해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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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허수주문을 통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겨온 鄭모씨가 지난달 31일 검찰에 구속됨으로써 허수주문을 남발해온 일부 '큰손' 들에게 경종이 울리고 있다.

사법 당국이 단순한 시세조종 행위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도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허수주문에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鄭씨의 시세조종 수법은 큰손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릴 때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다.

흔히 회사 내부자와 증권사 관계자, 전주(錢主) 등으로 구성되는 '작전' 의 경우 주식을 저가에 대량으로 사들인 뒤 증권사의 매수 추천과 회사측의 호재 발표 등의 단계를 밟으며 주가를 끌어올린다.

이에 비해 허수주문은 주식을 사둔 뒤 대량 매수주문을 내는 것 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과정이 단순하다.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잔량이 늘어나는 것을 주가 상승의 전조로 착각하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증권거래소가 지난달 특별감리를 실시한 결과 소수의 거액투자자와 투자상담사가 거래량이 많은 액면가 미만의 주식 40여 종목에 대해 한번에 최대 9백만주까지 허수주문을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만주 이상의 허수주문이 많을 땐 한달에 2천6백여건에 달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주문 후 30분 이내에 취소돼 순진한 투자자들을 농락했다.

증권거래소 감리관계자는 "허수주문은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오해가 퍼져 있으나 매매 행태 감시와 관련 계좌 추적을 통해 예외없이 적발이 가능하다" 며 "시세조종 행위는 이익을 내지 못했더라도 10년 이하 징역과 최소 2천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는다" 고 설명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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