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수출도 물가도 '속이 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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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빨간 불인가, 노란 불인가' .

움츠러든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혹한과 폭설로 농축산물 값이 올랐기 때문이라지만 연초 물가 오름 폭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1월 중 무역수지는 당초 적자를 보이리란 예상과 달리 3억2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 1분기가 지표 상으로 가장 나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하반기에는 나아진다' 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전망이 너무 막연하며, 금리인하와 세금감면 등 경기를 살리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심상치 않은 거시 지표〓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1% 올랐다. 의료보험 수가와 공공요금이 오르고 폭설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때문이라지만 오름폭이 크다.

피부로 느끼는 경기지표인 내수 출하는 지난해 12월에 전달보다 조금도 늘지 않았다(증가율 0%). 1월 중 무역수지가 3억2천3백만달러의 흑자를 보였지만 속내는 곪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가 수출 증가에 따른 게 아니고 수입이 줄어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내수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함께 줄었다.

수출 증가도 실속이 떨어진다. 지난해 말 환율이 오르면서 미뤘던 수출이 1월에 이뤄진 게 많고, 주력품목인 반도체는 가격 하락으로 1월 수출액이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개인용 컴퓨터(- 20%)와 섬유류(- 3%)의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 스태그플레이션 오나〓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물가는 1분기에 다소 오르겠지만 2분기 이후에는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정경제부 오갑원 국민생활국장은 "등록금 인상(3월물가에 반영)과 일부 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있지만 2월에는 농산물 가격이 떨어질 것" 이라며 "물가 오름세는 그리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연구위원은 "1월 중 물가상승은 공공요금 인상 등 이미 예고된 것과 지난해의 높은 국제유가 후유증이 작용했다" 며 "소비가 왕성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므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 전망했다.

◇ 탈출구는 수출〓지난해 12월 내수용 출하가 0% 증가했음에도 전체 산업생산이 4.7% 늘어난 것은 수출용 출하 증가율이 9%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출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 경제의 움직임이다. 일부 연구기관은 올해 미국 경제가 1%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까지 부진할 경우에 대비해 좀더 강도있는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세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산업생산지수 등 거시지표가 급락하는 것에 대한 충격을 신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며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 이라고 지적했다.

朴연구위원은 그러나 "공적자금 상환 등을 감안할 때 감세정책 등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부양책은 곤란하다" 고 주장했다.

서울대 오성환(경제학부)교수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기 문제를 말하는 것은 잘못" 이라며 "경제가 다소 어렵더라도 정공법을 써서 구조조정을 해나가야 한다" 고 말했다.

송상훈.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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