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맛집] “이명박 대통령님 아쉽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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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고를 때 최고로 치는 것은 단연 ‘신선도’. 하지만 식당에서 조리되어서 나오는 생선은 신선도를 따지기 어렵다. 하지만 최고 신선도의 생선 밖에 쓸 수 없는 식당이 있다면 어떨까?

귀신같은 어부들 때문에 재료값 많이 들어

국내 최대 규모의 산지 어시장인 부산 공동어시장에는 30년간 한 자리를 지킨 식당이 있다. 마치 시장과 하나인 듯 이름도 ‘구내식당’. 이곳에서는 세상 어디보다 신선한 고등어를 맛 볼 수 있다. “여긴 어부들이 제일 많이 와요. 생선에 대해선 누구보다 귀신들인데... 그리고 눈만 뜨면 싱싱한 생선들이 바로 들어오는데 당연히 좋은 것만 쓰죠.” ‘구내식당’의 최자영(68) 대표는 손질하던 고등어를 내보이며 연신 자랑을 했다. “고등어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그중에서 참고등어가 제일이죠. 가끔 식당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점고등어를 쓰는데 그건 살이 물러 맛이 없어요.” 기름치라 불리는 점고등어는 기름기가 많아 조리를 하면 살이 많이 갈라지고 퍽퍽하다. 가격 역시 천지차이. 참고등어의 경우 한 상자(25마리)에 7~8만 원 정도, 이에 비해 점고등어는 한 상자에 4~5만 원 정도다.

어부들 아내 데려와 “비결 가르쳐 달라”

제때 끼니를 챙기기 힘든 험한 바다일. 허기진 어부들은 주린 배를 안고 ‘구내식당’을 찾는다. “새벽 5시부터 장사를 시작해요. 배가 들어올 시간이죠. 밤새 파도와 싸우며 일한 사람들이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요. 여기 어부들은 아침에도 오고 점심에는 오는 단골손님들이에요. 반찬 하나, 젓갈 하나도 다 내 손으로 담가서 주죠.” 구내식당의 대표 메뉴는 ‘고등어찜’, ‘고등어 구이’, ‘고등어 조림’. 바로 고등어 삼총사다. “부산의 참고등어는 살이 탱탱한 것이 별미에요. 여기에 직접 말린 시래기와 무, 김치를 넣어 조리면 최고의 밥상이 되죠.” 고등어 찜은 이곳의 고등어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 수 있다. 커다란 고등어를 통으로 쪄낸 찜은 최자영 대표의 손맛으로 비린내가 없는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맛에 반한 어부들이 종종 가족외식을 빙자해 아내를 데려와 비결을 전수받아 가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님 아쉽습니다.”

구내식당의 ‘고등어 삼총사’는 그 명성이 청와대에도 자자하다.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 등 3명의 대통령이 이 집 고등어 맛을 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장을 둘러보러 오셨다가 저희 어시장 사장님 추천으로 방문을 하셨죠. 비록 고등어를 드렸지만 자신 있었어요. 이상한 것을 넣지도 않았고 좋은 재료에 정성을 다해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대통령의 반응은 하나같이 ‘대박’이었다. “맛있다.”는 칭찬부터 “가족들을 데리고 꼭 다시 한 번 오고 싶다.”는 반응까지 세 명의 대통령이 한결같았다. “너무 감사하죠. 너무 자상하게 대해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시니. 다들 악수까지 해주셨는데 참 손들이 고우셨어요. 호호.” 많은 대통령을 거치며 최자영 대표에게는 아쉬움이 하나 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어시장을 방문하셨을 때 바쁘셨는지 저희 고등어를 맛보지 못하고 가셨어요. 언젠가는 꼭 한 번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뉴스방송팀 강대석·최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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