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팬 사랑받는 '돼지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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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극을 꼽는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연극을 본 많은 사람들은 극단 차이무의 '돼지사냥' 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돼지사냥' 은 두 돼지의 실종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치부를 통렬히 풍자하는 작품. '늙은 도둑 이야기' '비언소' 등으로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던 작가 겸 연출가 이상우씨가 3년 만에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초연을 마친 뒤 새해 곧바로 바탕골소극장에서 연장공연에 들어가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극의 배경은 경상도 서부리. 돼지사육과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생돼지고기 식당이 밀집한 산골 마을이다.

이곳에서 돼지할매의 3백근이 넘는 씨돼지가 도망쳤다. 동시에 부유층 저택을 턴 혐의로 수감 중인 돼지할매의 막내아들 '돼지' 도 탈옥한다.

마을 사람들과 기관원이 이름만 같은 '돼지' 를 찾아 우왕좌왕 충돌하는 과정이 웃음을 끌어낸다.

여기에 본조 생고기집과 원조집은 서로 본가임을 주장하며 다투는 고기집 주인 구씨와 신씨는 군의원 자리를 놓고 또 다시 힘겨루기를 하고, 서부리 마을은 권력의 흉내와 음모.술수가 판치는 소굴이 된다.

그러나 돼지 잡기에 혈안이 된 비밀수사관과 말년 경사 지서장이 쏘아 죽인 것은 엉뚱한 다방 레지(여종업원). 극은 남성중심의 이데올로기, 진짜보다 가짜가 대접받는 풍조 등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상을 꼬집는다.

이대연.김승욱.김세동.전이다 등 배우들이 펼치는 1인 다역과 즉흥 연기, 작품의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이 볼거리다.

극단은 11일까지 바탕골소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2차 연장공연에 이어 15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두달간의 장기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 일요일 오후 3시.6시. 월요일 쉼. 02-762-0010.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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