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럼즈펠드 규칙'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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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도널드 럼즈펠드(사진) 미 국방부 장관이 백악관 행정부 등에서 수십년간 요직을 맡으며 경험하고 느낀 것을 정리한 '럼즈펠드 규칙(Rumsfeld' s Rules)' 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29일 보도했다.

이 규칙들은 현대판 '목민심서' 를 방불케 할 만하다.

공직자가 상관을 잘 모시고 올바른 행정을 하기 위해선 어떤 자세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교훈은 상사에게 직언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럼즈펠드는 '대통령의 측근이 되는 대가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진실을 전하지 않는다면 그를 실패자로 만든다' '백악관이 원한다고 말하지 말라' 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통령에게 사람과 쪽지 등이 전달되는 것을 지나치게 막아선 안된다' 며 정보의 차단을 경계했고 '지도력은 명령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것' '대통령의 명령이 충분히 고려된 것이 아니거나 동의할 수 없다면 무조건 순응하진 말라' 고 적고 있다.

'스스로를 없어서는 안될 인물로 여기지 말라. 전세계 묘지에는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는 지적은 스스로 과대포장을 하기 쉬운 고위 공직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는 '백악관 직원들에 대한 규칙도 만들었다. 최고의 인재를 뽑아 훈련시키고 후원하라' 는 것과 '실수가 거듭되면 내보내야 한다. 백악관에서는 아마추어들이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 는 것이다.

럼즈펠드의 언론관은 "언론에 비보도 전제발언(Off the record)이란 건 없다" 로 요약된다.

언론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언론에 대한 답변을 ▶알고 있으며 말하겠다▶알지만 말 못한다▶모른다는 세가지로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럼즈펠드의 규칙은 미 정가에선 오래전부터 알려진 일이긴 하다. 또 '럼즈펠드는 스스로 만든 규칙에 너무 얽매이는 고집불통' 이란 말도 나온다.

그와 함께 일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럼즈펠드가 다 이뤄진 결정을 순식간에 뒤집는데 선수" 라고 비난했었다.

럼즈펠드의 '룰' 이 부시 행정부에서 어떻게 역할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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