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아직 빚 많고 불투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빚이 많고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한국 경제는 아직 갈길이 멀다."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

"불합리한 노사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게 될 것이다." (오카다 지로 서울재팬클럽 이사장)

한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거물급 외국 인사들이 한국경제에 따끔한 충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들의 발언은 증시와 회사채시장이 일부 살아나면서 정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낙관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 투명한 시장 시스템 시급〓보스워스 대사는 30일 대한상의 초청 조찬 강연에서 "한국기업의 부채 증가율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부채의 절대규모는 여전히 늘어 번돈으로 차입금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면서 "회생가능.퇴출 기업을 가려 헛돈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시장의 선별기능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회생.퇴출기업을 시장이 아닌 정부가 가려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정책은 은행 부실을 키우고 국제무역 규범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 며 공적자금 지원이 통상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부임한 후 한국경제의 부침을 지켜본 보스워스 대사는 "한국만큼 외환위기를 잘 극복한 나라는 드물며, 한국의 현 경제상황이 위기 수준이라고 보진 않는다" 면서도 "투명한 시장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실패하면 그 대가는 현재의 고통보다 훨씬 클 것" 이라고 경고했다.

◇ 노사문제 해결돼야 투자〓오카다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기업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노사문제라는 점을 한국민이나 관계당국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며 "노조의 지나친 요구로 심리적.물적 부담이 늘다보면 인건비가 싼 중국.동남아 등지로 투자를 빼앗길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지난 99년 한국미쓰이물산 대표로 부임해 주한 일본계 기업 경영자 모임인 서울재팬클럽 대표를 맡아온 오카다 이사장은 "한국의 노사관계는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관행)완 거리가 멀다" 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외자유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지만 이를 실천해야 할 관계당국은 노사문제 해결에 미온적이고 외국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