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종교단체 자금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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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교에 의한 도덕성 회복' 이라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사회문제 해결방안을 들고 나왔다.

정부가 종교단체를 지원해 마약중독.청소년 범죄.에이즈 감염 등의 해악을 치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미국사회에서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9일 앞으로 10년 동안 각종 종교단체에 수십억달러의 연방예산을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할 기구를 백악관에 신설하고, 법무.교육.노동부 등 5개부처에 종교단체 지원을 맡을 부서를 만들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백악관에는 '신앙에 기초한 지역공동체 선도기구' 라는 조직이 생겨난다.

또 종교단체 기부금의 세금공제 규모가 1인당 5백달러로 늘어나고, 종교단체가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절차도 간략해진다.

부시는 또 이날 전국적인 자원봉사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어메리콥스' 등 미국의 대규모 자원봉사 조직은 대부분 종교단체와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부시는 "내가 이끄는 행정부는 사회적 어려움이 생기면 우선 신앙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 의지할 것" 이라고 말했다.

부시의 이같은 정책은 1990년대 초반에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추진한 '수천개의 등불' 이라는 계획과 유사한 것으로 역대 공화당 정권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시도됐다. 그러나 백악관에 별도의 기구를 마련하고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일은 드물었다.

이에 대해 미 정교분리회 사무국장 베리 린은 "이 정책은 종교적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를 종교에 던져버리는 위험한 것" 이라며 행정명령의 효력정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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