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총리 진보색 국민이 지켜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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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일 한명숙(韓明淑)여성부장관이 신임인사를 하러 서울 마포 자민련 당사를 찾아갔다.

먼저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을 만났다. 그런데 통상적인 인사를 끝낸 뒤 金대행이 한완상(韓完相)교육부총리의 경력을 거론하면서 어색한 분위기가 됐다고 한다.

金대행은 "韓부총리는 과거 통일부총리 시절(1993년 김영삼 정권 때)검증받은 적이 있지만 당시 국민에게 그다지 높은 평점을 얻지 못했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金대행은 "韓부총리의 진보적 색채를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심기일전해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비공개 만남이었는 데도 韓장관이 돌아간 뒤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이 이런 내용을 언론에 발표했다.

고위 당직자는 "우리 당이 굳이 이 내용을 공개한 것은 韓부총리의 급진적 이념성향을 경계하고 있음을 표명하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邊대변인의 이례적인 발표는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당직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 당직자는 "韓부총리가 현 내각에서 차지하는 위상으로 볼 때 국가보안법 개정 등 대북접근 속도가 급속히 빨라질 가능성을 전망하는 소리가 우리 당에 있다" 고 전했다.

전날 미국 방문에서 돌아온 직후 JP는 당직자들과 만찬을 같이 하면서 "북한이 변하지 않는한 국가보안법 개정은 시기상조" 라고 못박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주당과의)공조는 공조대로 하되 우리가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고 강조했다.

자민련은 보안법 개정 반대가 당론이다.

그 직후 자민련 관계자들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앞두고 걸림돌인 국가보안법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는 청와대의 구상은 우리당과 다르다" 며 "보안법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하고 있다.

30일 낮 JP가 당 총재인 이한동(李漢東)총리와 만난 자리(오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거론됐을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韓부총리 등장이 '제2기 DJP공조' 에 미묘한 갈등원인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자민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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