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혈육 생존확인 100살 이상 7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번에 북쪽 혈육의 생존을 확인한 남쪽 가족 중에는 1백살이 넘는 어머니가 일곱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난 50년 동안 한시라도 자식들을 잊은 적이 없다" 며 재회의 기대에 들뜬 모습이었다.

○…최고령인 1백6세의 경기도 화성군 송산면 허언년(許言年)할머니 집에는 윤정섭(尹貞燮.69).순희(順姬.63).정숙(貞淑.60)씨 등 세 딸과 주민들이 모여 외아들 창섭(72)씨의 생존 소식에 기쁨을 같이했다.

정섭씨는 "어머니가 워낙 고령이라 잘 듣지 못한다" 며 "오빠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식사도 못하고 울었다가 웃었다가 하신다" 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군 임목면에서 남편(尹仁甫.1955년 사망).4남매와 함께 살던 許할머니는 6.25때 면사무소에 일을 보러 갔다가 소식이 끊긴 아들만 남겨두고 경기도 화성으로 피난왔다.

許할머니는 남편이 폐렴으로 숨진 뒤 남의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웠다.

○…맏딸 현성해(玄成海.74)씨의 생존 사실을 확인한 서송명(徐松明.100.경기도 의정부시 가릉동)할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8남매를 둔 徐씨는 1.4 후퇴 때 평양에서 남편 현명준(玄明俊.57년 사망)씨와 성해씨를 제외한 7남매 등 52명의 친척들과 함께 월남했다.

그러나 출가해 대동강 이북에 살던 성해씨는 만삭인 데다 대동강 다리 폭파로 함께 월남하지 못해 徐할머니의 한이 됐었다.

○…1백2세의 최우성(崔禹成.인천시 부평동)할머니는 1.4후퇴 때 친척집에 갔다가 소식이 끊긴 큰딸 박순옥(朴順玉.61.평양 거주)씨의 생존 소식을 50년 만에 들었다.

둘째딸 순도(順道.60)씨는 "지난번 상봉 신청 때 고령으로 1순위가 될 줄 알고 달러까지 마련했지만 탈락해 실망이 컸다" 며 "이번에는 반드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상옥(李相玉.102.강원도 속초시 금호동)할머니는 노환으로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지만 외아들 金정우(72.평남 거주)씨가 살아있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빨리 만나고 싶다" 며 울음을 터뜨렸다.

막내딸 정인(正仁.52)씨는 "48년 '돈벌러 다녀오겠다' 며 강원도 고성 고향집을 나선 오빠와의 연락이 전쟁통에 끊어졌다" 며 "어머니가 오래 사신 보람이 있다" 고 말했다.

전국부.사회부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