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북쪽 혈육의 생존을 확인한 남쪽 가족 중에는 1백살이 넘는 어머니가 일곱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난 50년 동안 한시라도 자식들을 잊은 적이 없다" 며 재회의 기대에 들뜬 모습이었다.
○…최고령인 1백6세의 경기도 화성군 송산면 허언년(許言年)할머니 집에는 윤정섭(尹貞燮.69).순희(順姬.63).정숙(貞淑.60)씨 등 세 딸과 주민들이 모여 외아들 창섭(72)씨의 생존 소식에 기쁨을 같이했다.
정섭씨는 "어머니가 워낙 고령이라 잘 듣지 못한다" 며 "오빠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식사도 못하고 울었다가 웃었다가 하신다" 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군 임목면에서 남편(尹仁甫.1955년 사망).4남매와 함께 살던 許할머니는 6.25때 면사무소에 일을 보러 갔다가 소식이 끊긴 아들만 남겨두고 경기도 화성으로 피난왔다.
許할머니는 남편이 폐렴으로 숨진 뒤 남의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웠다.
○…맏딸 현성해(玄成海.74)씨의 생존 사실을 확인한 서송명(徐松明.100.경기도 의정부시 가릉동)할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8남매를 둔 徐씨는 1.4 후퇴 때 평양에서 남편 현명준(玄明俊.57년 사망)씨와 성해씨를 제외한 7남매 등 52명의 친척들과 함께 월남했다.
그러나 출가해 대동강 이북에 살던 성해씨는 만삭인 데다 대동강 다리 폭파로 함께 월남하지 못해 徐할머니의 한이 됐었다.
○…1백2세의 최우성(崔禹成.인천시 부평동)할머니는 1.4후퇴 때 친척집에 갔다가 소식이 끊긴 큰딸 박순옥(朴順玉.61.평양 거주)씨의 생존 소식을 50년 만에 들었다.
둘째딸 순도(順道.60)씨는 "지난번 상봉 신청 때 고령으로 1순위가 될 줄 알고 달러까지 마련했지만 탈락해 실망이 컸다" 며 "이번에는 반드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상옥(李相玉.102.강원도 속초시 금호동)할머니는 노환으로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지만 외아들 金정우(72.평남 거주)씨가 살아있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빨리 만나고 싶다" 며 울음을 터뜨렸다.
막내딸 정인(正仁.52)씨는 "48년 '돈벌러 다녀오겠다' 며 강원도 고성 고향집을 나선 오빠와의 연락이 전쟁통에 끊어졌다" 며 "어머니가 오래 사신 보람이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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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