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포장만 화려 실속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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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백개가 넘는 문화정책 관련 대선 공약 가운데 실천한 것은 극소수' '규제와 간섭 없이 예산지원만 늘리면 문화정책은 잘 굴러간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출범 후 3년이 지난 김대중 대통령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최근 내놓은 검토결과다.

문화개혁 시민연대는 우선 현 정부의 문화정책 가운데 ▶문화예산에 전체예산의 1% 이상 배정▶실내공연 자유화▶5천억원 규모의 문화산업진흥기금 조성▶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법제화 등을 '잘한 것' 으로 꼽았다.

하지만 예산증액 등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지적이다.

문예진흥원을 문화예술진흥위원회로 전환하는 것 등 조직.기구의 개혁, 도서관 도서구입비 증액 등 분야별 예산 배분, 문화예술계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등 문화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 부분에서는 진전이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이 단체의 이동연 사무차장은 "한마디로 문화발전을 위한 의욕은 앞섰으나 포장만 화려했을 뿐" 이라며 "앞으로는 법제정비와 행정개혁 등 보다 실질적인 부분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문화와 관광이 결합하면서 생겨난 문제점도 지적됐다. 과거에 건설교통부가 관리했던 관광개발 부분이 문화관광부로 옮겨졌다면 문화와 관광의 상관관계를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개발 위주의 관광정책은 중.장기적으로 문화와 충돌할 수밖에 없어 이를 제대로 조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해안 관광벨트 조성, 경북 북부지역의 유교문화권 개발, 2천억원 규모의 세계적인 태권도 공원 건립 등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이는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늘리기 위한 전시성 사업으로 오히려 '문화' 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화개혁 시민연대측은 "선진국의 경우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데 관광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 며 "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역과 대상을 보존하는 한도에서 관광정책을 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시민연대측은 현 정부의 단기적 과제로 ▶문화정책 평가를 위한 민.관 합동기구 구성▶예산정책 개혁을 위한 위원회 신설▶공공문화 기반시설의 운영.조직 개혁 등을 제시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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