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중국·일본 반상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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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중국과 일본바둑계도 올해부터 절대 강자가 따로 없는 춘추전국시대로 넘어간다.

한국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창호 일인 독주에서 신구 강자들의 열띤 각축장으로 돌변한 것처럼 중국과 일본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같은 전국(戰國)의 양상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며 최후의 패자는 누구일까.

▶일본=1인천하를 구가하던 조치훈9단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7대 기전을 6명이 나눠 가지는 혼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랭킹1위 기성(棋聖)은 왕리청(王立誠)9단. 2위 명인은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3위 본인방(本因坊)은 왕밍완(王銘琬)9단. 4위 10단(十段)은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 5위 천원은 유시훈7단. 6위 왕좌는 왕리청9단. 7위 기성(碁聖)은 신예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7단.

이중 명목상의 1인자는 왕리청9단이지만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신예4강' 이 다승 부문을 휩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59승으로 다승1위에 오른 야마시타7단, 2위(53승)의 장쉬(張)6단, 3위(52승)의 하네 나오키(羽根直樹)8단, 4위의 다카오 신지(高尾神路)7단등 4명은 일본이 장래의 사천왕으로 치켜세우는 신예강자들이다.

그러나 이들 신예들의 힘이 어딘지 부족하여 기존의 강자들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데 일본의 고민이 있다.

▶중국=2000년 중국의 1인자 자리는 이창호9단의 천적인 저우허양(周鶴洋)8단이 차지했다.

중국도 일본과 비슷하게 9개 기전을 7명의 기사가 분할 점령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서도 저우허양은 랭킹1위 기성과 아함동산배 등 2관왕에 올랐고 무엇보다도 다승과 승률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여 마샤오춘(馬曉春)9단과 창하오(常昊)9단을 제치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저우허양은 동료들인 6소룡(小龍)과 후배들인 10소호(小虎)들의 줄기찬 추격에 직면해 있어 그의 위치는 매우 불안해 보인다.

지난해 다승 베스트10중에서 사오웨이강 9단, 뤄시허(羅洗河)8단, 류징(劉菁)8단, 왕레이(王磊)8단은 20대의 6소룡이고 구리(古力)5단, 둥옌(董彦)7단, 딩웨이(丁偉)7단, 쿵제(孔杰)5단, 셰허(謝赫)3단 등은 10대 소년들인 10소호들이다.

이중 쿵제는 유창혁9단과 이창호9단을 한차례씩 격파한 전력이 있다. 중국은 한국바둑계와 필적할 정도의 파워로 상하 구분없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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