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대북정책에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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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미간에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한화갑(韓和甲)민주당 최고위원은 29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가 최근 '한국 정부가 햇볕정책(sunshine policy) 대신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이란 용어를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 는 말을 했다" 고 밝혔다.

최근 부시 행정부가 '대량 파괴무기를 용납할 수 없다' , '김정일(金正日)은 독재자' 라고 하는 등 대북 강경 입장을 잇따라 표명, 대북 포용을 기조로 하는 한국 정부와의 입장 차이가 눈에 띄게 커지는 터여서 이같은 발언은 한.미 갈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韓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이란 말을 쓰면 김정일의 의도대로 되는 측면이 있으니 용어를 달리 하라는 뜻일 뿐 큰 의미가 담긴 발언이 아니었다" 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정부는 '대북.화해 협력정책' 이라는 용어를 쓰며 햇볕정책은 공식용어가 아니다.

이 발언을 놓고 양국간 대북정책 기조에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외교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외교.안보팀 내정자들이 공식임명돼 그동안 이뤄진 남북, 북.미간 관계의 진전 내용을 접하게 되면 한.미간의 인식 차이는 없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미티지의 발언은 미 신행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종욱(鄭鍾旭)아주대 교수는 "햇볕정책에는 일방적으로 북한을 도와준다는 뉘앙스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상호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포용정책과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 이라면서 "결국 부시 신행정부가 햇볕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동복(李東馥)명지대 객원교수는 "미국 신임 외교.안보팀이 북한을 불신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것이며 그 점에서 북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면서 "아미티지의 발언은 미 행정부의 이런 입장을 드러낸 것이며 앞으로도 한.미간에 갈등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고 말했다.

鄭교수는 "한.미간에 존재하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오는 2월 7일에 있을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어떻게 조율될 것인가가 햇볕정책의 앞날을 결정하게 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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