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 외국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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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자산투자회사인 론스타가 아시아에서 기업이나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올해 조성할 '론스타 4호 펀드' 는 30억달러에 이른다.

24억달러에 달했던 3호 펀드에 뒤이은 것이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는 아시아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늠케 하는 한 예다. 이들이 '훌륭한 먹잇감' 이라고 찍어놓은 리스트엔 물론 한국의 매물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한국시장 사냥꾼은 누구인가=현재 '바이 코리아' 시장에선 론스타.로담코 등 미국.유럽의 투자펀드들로부터 정부기관인 싱가포르투자청에 이르기까지 20여개 전문 투자기관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것은 역시 부동산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좋은 물건들이 싼 값에 매물로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서울시내 목 좋은 곳에 위치한 20여개의 빌딩 약 1조원어치가 이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중 론스타는 청방빌딩과 쌍용그룹의 부동산 등 1천억원대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딘위터 역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조성한 총 21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펀드 3호' 를 앞세워 지난해 서울 사직동 한누리빌딩을 2백3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현재 신문로의 금호빌딩을 2천억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1999년 5월 국민은행 지분 16.6%를 매입한 골드먼삭스도 최근 임원급의 부동산전문가를 서울에 파견, 매물사냥에 나설 의사를 드러냈다.

◇ 해외 자본의 성격은=두말할 필요도 없이 고수익이 이들의 투자목적이다. 따라서 목표한 수익률에 도달하면 언제라도 팔고 다른 좋은 물건의 인수에 나선다.

한국에 계속 머물 수도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일본이나 태국 등 인근 국가로도 향한다.

외국계 자본들은 부동산 전문펀드와 같이 시장상황이 호전돼 자연스레 이익을 남기고 되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적극적으로 높여 팔려는 곳이 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을 비롯해 쌍용증권(현 굿모닝증권)을 사들인 H&Q펀드, 조흥증권을 매입한 대만의 쿠그룹, 서울증권을 인수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다 후자쪽에 속한다.

세계화 전략에 따라 유사 업종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외환은행)와 알리안츠그룹(제일생명)이 여기에 포함된다.

◇ 자금력과 노하우가 무기〓이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선진 금융기법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휘젓고 있다.

이들의 또다른 강점은 거친 시장에서 쌓은 경험. 론스타는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이 무더기로 부실화했을 때 부실채권시장에 뛰어들어 자산매입 및 관리기법을 익힌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김동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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