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YS '수세탈출' 제휴까지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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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이 만난 것은 '서로의 필요 때문' 이라는 점을 양측은 인정하고 있다.

우선 검찰의 안기부 자금 수사로 수세에 몰린 두 사람인 만큼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회동 후 두 사람은 측근을 통해 "안기부 예산이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에 유입됐고, 이 돈이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현 정권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 고 입을 모아 반박했다.

특히 YS는 안기부 자금 사건으로 자신의 측근들이 소환 또는 기소되는 상황에 대해 거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올 정국의 최대변수인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부정적으로 보는 데도 둘이 일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YS는 '남북문제를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면 큰 국가적 불행이 올 것' 이라고 말했다" 고 발표해 이를 뒷받침했다.

YS는 金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해왔고, 李총재의 경우 "6.25, KAL기 폭파 등 과거사 정리가 필요하다" 는 전제를 달고 있어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둘 사이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날 회동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DJP공조' 에 맞서는 '반(反)DJP공조' 구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李총재측은 반DJP 성격을 담은 '이회창-YS 연대' 로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모습이다.

이는 의원 이적(移籍)과 안기부 자금 사건으로 등장한 '3金1李 정국' 구도가 李총재측에 유리하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李총재 입장에선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2002년 대선에서 YS와의 갈등으로 영남권이 분열될 것이란 걱정이 해결된다.

'동맹(同盟)' 이 성사될 경우 YS가 이른바 'DJ비자금' 의 구체적 내역을 공개해줬으면 하는 기대도 숨기지 않고 있다.

YS는 그동안 "김대중씨의 비자금은 내가 다 알고 있다" 고 말해오다 최근 "DJ비자금은 금융실명제 과정에서 밝혀졌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YS는 "야당답게 투쟁하라 " 고 말해, 여권의 압박에 대해 한나라당이 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두 사람의 공조문제에 대해 상도동 관계자는 "한번 만난 것 가지고 되겠느냐" 고 말했다. "李총재가 진심으로 YS를 대해야지 대외과시용 정도로 상도동 방문을 활용하려 하면 곤란하다" 고 하면서다.

李총재의 상도동 방문으로 양측의 관계는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향후 정국의 흐름에 따라 보다 밀접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DJP공조와 같은 수준의 연대가 되려면 아직은 양측 모두 넘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김교준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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