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급속 유출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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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지난주 말 외국인들이 거래소시장에서 8백47억원을 순매도하며 급등하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주에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는 내리막 길로 돌아설 우려가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일시에 주식 투자자금을 빼내 증시에 충격을 줄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대부분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나 연기금 자금인 데다 오는 31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장기 투자가 주류인 외국인〓올들어 26일까지 외국인들은 거래소에서 2조3천9백80억원, 코스닥에서 2천7백56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거래소에서 8백억원 이상 순매도하던 지난 26일에도 코스닥에서는 69억원을 순매수하며 8일째 매수세를 이어갔다.

올들어 매수에 치중했던 외국인들이 매도로 전환할 경우 증시 급락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 자금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핫머니일 경우 일시에 빠져나갈 우려도 없지 않다.

UBS워버그 이승훈 이사는 "올들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대부분은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계 뮤추얼펀드 자금" 이라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자금이라도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손실을 피할 수 없어 그럴 우려는 희박하다" 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조영제 주식시장팀장은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큰 상위 50개 외국계 펀드는 모두 장기 투자 펀드로 파악된다" 는 말로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 김기태 이사도 "외국인 자금 중 30% 가량이 헤지펀드라 할 수 있는데 그나마도 6개월 이상 투자하는 것이 많아 단기 차익을 노리고 빠질 공산은 작아 보인다" 고 말했다.

◇ 미국 뮤추얼펀드 자금 유입도 긍정적〓미국 뮤추얼펀드 조사기관인 AMG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주(1월 18~24일)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에는 72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돼 3주째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지난 주 자금 유입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이후 가장 큰 것이다.

펀드별로는 신흥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펀드에 2억5천8백만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국가 증시에 투자하는 아시아.퍼시픽펀드에 6천8백만달러가 유입됐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 여부는 미국 뮤추얼펀드 동향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면서 "미국 뮤추얼펀드가 전세계 증시의 자금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 라고 해석했다.

김기태 이사는 "외국인들이 연초와 같이 급격한 추세는 아닐지라도 매수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크다" 고 덧붙였다.

정선구.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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