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신공항 철도 왜 늦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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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개항 준비는 완벽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은 24시간 무(無)중단 운영으로 일본.중국의 40여개 도시와 미주.유럽의 주요공항을 최단거리로 연결합니다."

28일 아침 KBS TV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천국제공항공사 강동석(姜東錫)사장은 "5년이면 인천공항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같은 국제적 환승공항(허브공항)이 된다" 고 장담했다.

두달 후 인천국제공항이 드디어 개항한다. 착공 후 8년4개월 만이다.

그동안 잦은 설계 변경에 부실공사, 사업비 증가 등 논란이 그치지 않았던 건설과정을 지켜보며 국민은 불안했다.

더욱이 인천공항은 김포보다 멀고 이용료도 비싸다.

"새 공항을 지어 부담만 늘렸지 나아진 게 뭐냐" 는 질문에 당국은 시원한 답변을 못내놓는다.

운영은 차질 없이 될까. 그것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빚이 이미 4조원을 넘었다. 공항 운영 인력의 능력.경험도 미흡하다.

특히 서울까지 1개뿐인 고속도로는 인천국제공항의 최대 약점이다. 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교통대란이 일어나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렇게 시급한 철도를 당국은 아직 착공도 안했다. 연장 61.5㎞의 철도 공사는 서둘러야 공항에서 김포까지 5년, 서울역까지는 6년3개월이 걸린다.

공항과 함께 건설했으면 벌써 끝났을 철도를 당국은 공항 착공 4년반 만인 1997년 4월에야 '민자유치' 로 넘겼다.

98년말 현대건설.벡텔.알스톰사 등을 민자사업단으로 뽑은 후에도 이들과 차관조건 등을 협상하느라 또 2년을 보냈다.

지난해 말엔 드디어 '다 됐다' 싶었는데 주간사인 현대건설의 '유동성 파동' 이 터졌다.

그 동안 프랑스 알스톰사가 사업단에서 빠졌고, 일본 회사도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비(國費)로 추진해도 힘들 4조6천억원짜리 철도사업을 민간에 떠넘긴 데 따른 부작용이 이같이 나타나고 있다.

당국은 지금도 민자사업단에 "보다 튼튼한 회사를 추가로 참여시키라" 고 주문하는 등 안전장치만 더 요구하며 급할 게 없다는 듯 마냥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면 아예 정부 지분을 늘리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시급한 사업을 제때 추진하지 않은 당국자를 엄중히 문책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싶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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