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트라이크존 확대, 박찬호 파란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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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비스 3과2분의1의 변수.

'코리안 특급' 박찬호(LA 다저스)에게 20승 도전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 존이 기존 규격보다 크게 높아져 빠른공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박이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MLB 사무국은 지난 윈터미팅 동안 올해 스트라이크 존을 기존의 무릎 바로 위부터 허리까지에서, 가슴 부분까지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대로라면 타자가 타격을 시작하는 자세에서 동작을 멈췄을 때 무릎 바로 위부터 야구공 높이로 7~7.5개까지 들어가던 기존 스트라이크 존이 10~11개 정도의 높이로 커진다.

미국 언론에서도 '야구공 3과2분의1개가 더 높아지는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라' 는 보도가 이미 나오고 있다.

심판들도 타자의 가슴에 테이프를 붙여놓거나 피칭머신의 각도를 높게 해놓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심각한 타고투저(打高投低)에 몸살을 앓았다.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시즌 홈런 신기록 70개를 세우며 야구의 인기를 되살렸지만 정작 골수 팬들은 "야구가 전통의 맛을 잃었다. 멀리치기 게임 같다" 며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투수들은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졌고 완투승.완봉승도 점점 사라져 갔다. 점수가 늘어났고 경기시간이 길어진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구단주 모임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 투수들을 보호해 주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미국 CNNSI(CNN.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최근 보도에서 스트라이크 존 확대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를 노모 히데오와 데이비드 콘을 영입한 보스턴 레드삭스라고 전망했다. 노모와 콘은 낙차 큰 변화구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들이다.

박찬호도 수혜자 12명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떠오르는 빠른공과 낙차 큰 커브를 갖춘 박찬호가 더 높은 공으로 타자를 유인할 수 있고 높은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낙차가 큰 커브로 유인하기도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박찬호는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투수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심판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씩 달라 이에 적응하는 것이다.

몇해 전부터 넓어진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시즌 때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고 신중론을 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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