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강소기업에 배운다] 1. 국내 핵심 장비업체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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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반도체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분야에서 한국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TFT-LCD를 이용한 TV는 현재의 TV시장을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각광받으면서 곧 수조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LG필립스LCD나 삼성전자의 제조장비 국산화율은 30~40%선에 머무르고 있다.

또 반도체나 LCD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각종 특수 화학 제품 및 가스.웨이퍼 등 원부자재의 수입의존율도 50%를 웃돈다. 반도체나 LCD를 생산할 때 어느 회사의 장비나 원부자재를 사용하느냐가 알려지면 전체적인 제조공정 기술이 밝혀진다. 따라서 LG필립스LCD나 삼성전자 등이 사용하는 장비나 원부자재의 정확한 공급처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원천기술을 확보한 일본 업체들의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장비 가격도 비밀에 부쳐져 있긴 하지만 ULVAC가 국내 업체에 공급하는 스퍼터링 장비는 1000만달러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퍼터링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화학기상증착장비(CVD)도 값이 1050만달러가량 된다. 세계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반도체나 LCD 관련 제품이 엄청나게 팔리지만 그중 상당액은 일본 업체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에서 반도체나 TFT-LCD 등 핵심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장비업체 육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LG필립스LCD나 삼성전자 등은 최근 장비업체 육성을 위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펀드 발행을 추진했다. 그러나 많은 장비 업체 중 몇개만을 선정해야 하는 문제를 이유로 당국이 반대하는 바람에 대기업이 장비업체에 납품을 보장해주고, 자금도 대주는 '1대1 매칭'방식으로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의 투자가 뒤따르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모아야 하는데 업체 선정 등의 이유로 기술개발 투자를 개별 기업의 부담으로 돌린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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