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 줄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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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20일 주식시장에선 별다른 악재가 없는 데도 종합주가지수가 27포인트나 하락해 820대로 주저앉았다.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 중국의 경기위축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주가 급락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분석가들은 이날 다시 외국인들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사실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 벌써 1조2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 맞춰 이 주식을 파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외에 철강.화학 등 소재업종 주식까지 내다 팔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최근 삼성전자 외에 다른 우량주들도 처분하고 있는 것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매도를 한국 증시를 떠나는 '셀(Sell) 코리아'로 보기 어렵다는 쪽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이 올해 들어서만 13조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을 감안할 때 최근 매도 양상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외국계 증권사를 비롯해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날 메릴린치증권 조사에 따르면 태평양 지역 펀드매니저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기준치보다 투자비중을 축소할 지역으로 꼽은 국가 중 한국 증시가 최상위에 올랐다. 한국 증시의 비중을 기준치보다 축소하겠다는 펀드매니저 비중은 16%로 중국(14%).대만(8%)보다 훨씬 많았다. 9월 조사에서 한국 증시의 투자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비중이 9%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한국 증시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이원기 전무는 "펀드매니저들은 주가가 떨어진 곳의 비중은 줄이겠다고 답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설문조사를 갖고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계속 팔 것으로 내다보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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