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리스트 오명 씻자" 지방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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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1일 "한국 정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깊이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비록 오늘 힘들어도 내일의 희망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그런 후 그는 "오늘부터 설 연휴까지 일체의 행적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 고 지시했다.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는)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22일 오후쯤 서울을 떠나 4~5일 정도 지방에 머물 예정" 이라고 전했다.

총재실 관계자는 "(여권의)안기부 자금 수사가 결국 '3金정치 부활' 을 위한 기초공사 성격이 분명한 만큼, 낡은 정치가 다시 연합해 우리 사회를 거꾸로 끌고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李총재의 고민이 모아질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李총재의 장고(長考)는 새로운 정치 구상에 맞춰질 것이며 결단의 형태를 띨 것" 이라며 "3金정치에 대한 입장 표명도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3金1李' 정치 상황의 장기화를 경계해 왔다.

또한 李총재는 ▶강삼재 부총재 체포동의안 처리▶자민련을 정치적 실체(교섭단체)로 인정할지 문제도 대안까지를 포함해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李총재는 "설 연휴는 우리 당에 중요한 시간이 될 것" 이라며 "귀향 활동을 통해 각 지역에서 '안기부 자금 수사의 허구성' 을 국민에게 적극 알리도록 하라" 고 당부했다고 한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설 연휴 중 민심(民心) 관리의 핵심은 검찰 수사의 본질에 맞춰져 있다" 며 "金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만든 정치적 시나리오라는 점을 국민에게 전달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안기부 리스트' 때문에 거명된 의원들이 명예훼손과 정치적 손실을 입었다" 며 "귀향 활동에서 이 점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것" 이라고 말했다.

"우리 당 의원들은 여권의 치밀한 공작에 당한 선의의 피해자들임을 강조할 것" (權대변인)이라는 얘기다.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은 "민심확보를 통해 안기부 자금 수사 정국을 정면 돌파해 나간다는 구상" 이라고 말했다.

또한 'DJ 비자금부터 수사하라' 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여 나갈 생각이다. 이를 위해 22일에는 특검제 수용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키로 했다.

이미 '떠나가는 민심, 추락하는 정권' 이라는 제목의 홍보용 소책자 10만부와 당보 20만부를 제작, 전국 지구당에 내려보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강삼재 부총재 체포동의안 처리 시도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방미 중인 의원들에게 "28일까지 귀국하라" 고 통보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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