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주희정 '역전 버저비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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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 시즌 프로농구 최고의 우량주 삼성과 LG. 21일 그들이 밟은 코트는 서로 달랐지만 한 순간도 서로를 잊지 않고 있었다.

삼성은 잠실에서 SK를, LG는 창원에서 골드뱅크를 상대했다. 공동선두를 원했던 LG의 꿈은 삼성 주희정의 손에 의해 깨졌다.

삼성은 경기 종료 버저 소리와 함께 터진 주희정(9득점.7리바운드.16어시스트)의 결승 레이업슛에 힘입어 96 - 95로 역전승, 24승7패를 마크해 2위 LG(23승8패)와의 승차를 한게임으로 유지했다.

골드뱅크를 91 - 75로 누른 LG 관계자가 라디오 중계를 들으며 '필승 SK' 를 주문처럼 외우는 동안 삼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피가 말랐다. LG의 희망은 거의 이뤄질 뻔했다.

경기 종료 4초5를 남기고 94 - 95. 종료 2분전까지 94 - 89로 앞서 '따돌렸다' 고 생각했던 삼성의 방심을 비웃듯 SK는 조상현(20득점)이 내리 6득점하며 1점차로 뒤집었다. 삼성은 작전타임을 부른 뒤 주희정의 골밑 돌파 작전으로 운명을 걸었다.

주희정의 레이업슛은 큰 궤적을 그렸다. 뒷림을 맞는 순간 넘어가는가 했으나 미끄러지듯 그물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삼성 벤치의 김동광 감독은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며 환호했고 무스타파 호프는 비행기를 타듯 두 팔을 벌리고 코트를 누볐다.

끝내기는 주희정이 맡았지만 진행은 문경은(33득점)이 책임졌다. 무릎 부상을 털고 전날부터 코트에 복귀한 '삼성의 얼굴' 문경은은 4쿼터에만 10득점하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팀을 지탱했다.

82 - 83으로 뒤진 4쿼터 4분 레이업슛과 3점포로 87 - 83을 만드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삼성은 주말 두 경기를 모두 1점차로 승리하는 강한 생명력을 발휘했다.

한편 SK는 삼성의 마지막 공격에서 주희정이 하프라인를 밟았다며 골무효를 주장했으나 주심 한규돈씨는 이를 묵살했다. 비디오 검토 결과 주희정이 '하프 코트 바이얼레이션'을 범한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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