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불꽃놀이·록밴드로 축제같은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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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록 음악,불꽃놀이,레이저 광선 쇼.

록밴드 공연에 등장하는 단어처럼 들리지만 현직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필리핀 국민들의 시위현장에서 선보인 여러가지 시위 모습들이다.

이번 시위가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는 ’무혈혁명’으로 성공할수 있었던 이유중의 하나는 이처럼 독특한 필리핀의 시위문화 덕택이다.

지난 17일부터 마닐라의 에드사 사원에서 계속된 대규모 시위에는 매일같이 록밴드가 등장,흥겨운 록음악을 연주했다.시위가요는 흔히 비장한 분위기의 행진곡이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필리핀 시위대는 오히려 록음악에 맞춰 온몸으로 춤을 췄다.

특히 ‘축출’이란 이름의 5인조 밴드는 아예 ‘회색 음반: 에스트라다’란 제목의 해적판 음반을 대량발매,이번 ‘피플파워’가 남긴 최고의 스타가 됐다.

이들은 ‘원더풀 투나잇’이나 ‘YMCA’등 인기 팝송의 가사를 개사,에스트라다의 사임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바꿔 불렀다.

가령 “젊은이여(영맨),에스트라다와 함께 라면 그대들의 미래는 없어,영맨,그를 끌어내려야만 해,영맨”과 같은 식으로 빌리지피플의 히트곡 ‘YMCA’는 바뀌어 불렸다.

퀸의 ‘위 윌 락 유’는 ‘위 윌 아우스터 유’(우리는 그를 몰아낼거야)로 개사됐다.에스트라다가 물러난 다음에는 퀸의 ‘우리는 챔피언’이 애창됐다.

이밖에 ‘피플파워’의 최대 고비였던 19일밤 에드사 사원에서는 불꽃놀이와 레이저 빔까지 등장했다.많은 이들은 에드사에서 아예 천막을 치고 밤을 새웠다.또 유명 음식점의 주방장들은 간단한 음식을 마련, 밤을 새는 시위대에 공급하기도 했다.

마닐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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