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취임식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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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일 미국 수도 워싱턴시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거행된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은 궂은 날씨속에도 30여만명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후 대통령 자격으로 처음으로 오후 1시27분 그가 임명한 행정부 각료들에게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그는 취임 축하를 위해 미 상원이 19일 임시 인준 청문회를 열어 인준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7명의 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또 1801년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 미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한 뒤 대통령 선서를 한 2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1일을 ‘기도와 감사의 날’로 선포했다.

이에 앞서 오전 12시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 대법원장이 먼저 낭독하면 그대로 문구를 따라 하는 식으로 취임선서를 한 뒤 ‘제 43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로 처음 소개된 부시 대통령은 곧바로 14분에 걸친 취임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연설에서 피를 말렸던 선거를 의식한 듯 “우리가 한 국가가 아니라 한 대륙에 살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상황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국민 통합을 특히 강조했다.

취임식을 마친 부시 대통령은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대통령전용 리무진을 타고 의사당을 출발해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지나 백악관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취임식 전통에 따른 것이었다.

○…20일 밤에 개최된 8차례의 축하 무도회에서 부인 로라와 춤을 추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던 부시 대통령은 춤을 잘 못춘다고 깜짝 고백을 해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5만여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한 무도회에서 그는 이같이 밝히고 “미국에서 나보다 춤을 못추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내 동생인 플로리다의 주지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취임식장은 새 출발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아 시민단체들의 반대시위가 의사당 주변과 시가행진이 열렸던 펜실베이니아가 주변 도로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시위대들은 ‘왕 만세(Hail to the Chief)’라는 문구를 빗대 ‘도둑 만세(Hail to the Thief)’라는 구호를 외치며 부시가 지난번 대선을 도둑질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 부부는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퍼레이드 도중에 차에서 내려 군중들과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하지는 못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성명이나 축하메시지를 통해 부시 대통령 취임을 축하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는 21일 오전 축하성명을 내고 “미 ·일 관계 발전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게르하르트 독일 총리는 축전을 보내 부시 행정부와의 유대관계 구축을 희망했으며 영국의 로빈 쿡 외무장관도 축하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 취임과 함께 행정부가 바뀌자 백악관 홈페이지(http://www.whitehouse.gov)도 재빠르게 새단장을 해 사상 첫 사이버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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