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김치 전문가 정재홍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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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치 관광을 올 정도로 외국인들은 김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고 말죠. 김치 담그기를 계량화하면 직접 김치를 담글 수 있고 김치의 세계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연말 김치 담그는 법 79가지를 모은 CD롬 '한국김치문화백서' 한글판과 일어판을 펴낸 안산공과대 호텔조리과 정재홍(鄭在洪.45)교수의 설명이다.

그동안 김치 담그기 관련서적은 많았지만 김치의 역사 및 종류, 담그는 방법과 저장법 등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한 CD롬은 처음이다.

이 CD롬은 외국인이나 초보 주부에게 특히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김치의 종류는 2백가지가 넘는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에 무관심하다" 고 지적했다.

때문에 김치가 코덱스 인증을 받기까지 일본 '기무치' 와 일대 접전을 치루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로비와 홍보로 기무치가 코덱스 인증을 받을 뻔 했습니다. 맛이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김치를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데 말이예요. "

그가 CD롬 제작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두달 동안 주말이면 학생들과 함께 학교 실습실에서 김치와 씨름하며 지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일이 오후 11시에야 끝난 건 예사였고, 버스가 끊겨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

제철에만 나는 재료를 구하기도 결코 쉽지 않았다. 한겨울에만 나는 동그스름한 동치미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몇달 전 담아 묻어뒀던 동치미무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철 지난 유채김치를 CD에 담을 때는 유채를 심었던 한강 고수부지로 달려갔다.

붉은 겨울갓의 경우 전국의 농촌지도소에 수소문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치른 뒤 남양주 농촌지도소에서 가까스로 구해 갓김치 촬영을 마쳤다.

맛도 맛이려니와 김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기능성 식품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치는 항암작용이 있음은 물론 장을 깨끗이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치의 대장암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죠. "

3월에 영문판까지 나오면 외국인들에게 김치를 본격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그는 전통 혼례상 차림을 다루는 책 출간도 서두르고 있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 음식이지만 외국 음식과도 어울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중요한 건 젊은 세대나 외국인들이 김치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상품화하는 것이죠. 김치만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김치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글〓하현옥,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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