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인터넷 '2001 전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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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각국 정부가 사이버 공간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이 사회적 해방공간으로서 무제한에 가까운 자유를 누리던 시절이 저물고 있다고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이 잡지는 2001년은 공권력에 의한 사이버공간 규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세계 각국이 올해부터 도박.포르노.매춘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의 웹페이지나 범죄에 사용되는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잡지에 따르면 영국은 경찰에 e-메일과 온라인 통신 검색을 허용했고, 미국은 정부가 비용을 대는 학교.도서관의 컴퓨터에 청소년 유해 사이트와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의무 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잡지는 이같은 규제활동으로 불과 5년 전 '사이버공간 독립선언' 에서 "정부는 우리를 통치할 도덕적 권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두려워할 만한 통제수단도 없다" 고 했던 인터넷 운동의 선구자 존 페리 발로의 말은 공허해졌다고 지적했다.

잡지는 프랑스 법원이 지난해 11월 20일 야후 사이트에 나치유품 경매를 계속할 경우 매일 10만프랑(약 1천6백만원)의 벌금을 내라고 판결하는 바람에 올해 중 인터넷 범죄의 관할권 문제가 크게 대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이 '해킹, 인터넷 사기, 어린이 음란물 등' 사이버 범죄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사이버범죄조약을 최근 추인함으로써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자유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정부 규제에 대항하기 위해 사이트가 어느 한 국가에 국한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 등을 개발해 앞으로 공권력과 인터넷간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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