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산지 전남 어민들 값 폭락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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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 주생산지인 전남지역에서는 최근 겨울 햇김이 본격 출하되고 있으나 가격 폭락으로 양식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젊은 층의 식생활 변화로 소비가 줄어드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량은 늘어난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소비하지 못한 정부 비축분과 상인들의 재고량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가격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격 폭락=전남 완도군 수협에서는 19일 보통김이 속(1백장 묶음)당 중품 기준으로 2천1백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때 2천7백원에 비해 22% 떨어진 가격이다. 그나마 설 대목 특수에 힘입어 지난달보다 다소 오른 값이다.지난해 11∼12월에는 1천6백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나 쌌었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도매상에 파는 정부 비축분 가격도 지난해 9월 2천1백원에서 같은해 11월 1천9백원,올 1월 1천4백25원으로 계속 하락했다.

광주 양동시장 상인 金모(45·여)씨는 “지난해 사들였다가 판매하지 못한 김이 5백만원어치가 넘는다”며 “일반 소비자들이야 값이 싸져서 좋겠지만 햇김이 나오면서 묵은 것은 사려고 하지 않아 김 가루로나 팔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김 가격이 크게 떨어져 본격적으로 생산 ·출하가 이뤄지는 지난 연말부터 4월까지는 정부 비축분 방출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올 시설량도 줄지 않아 당분간 가격 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양식어민 실태=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리 이장 박광남(53)씨는 “어민들이 내는 물 김 가격은 80㎏들이 한 포대에 3만원선으로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달 6∼9일 발생한 폭풍으로 어민들이 상당한 시설 피해까지 봤다.

이에 따라 생산이 끝나는 4월 이후엔 시설투자 등을 위해 빌린 수협 대출금 이자도 못내 파산하는 어민들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전남지역에서는 올해 8천여 가구가 김 생산에 참여해 전국의 70∼80% 상당인 6천만속(도매가기준 1천3백억원 규모)의 김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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