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질 높은 교육은 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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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학교 의무교육의 확대 실시를 내년으로 앞당기겠다는 정부 발표에 교원.학부모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말로 귀 기울일 대목은 그 다음에 나온다.

서울 신목중 고은영 교사는 "한 해 50여만원의 입학금.수업료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반갑지만 학부모들의 진짜 부담은 한 달에 수십만원씩 하는 학원비일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를 확실히 실현하려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야한다" 고 지적했다.

체격에 안맞는 책걸상이나 변변한 휴식공간조차 없는 교정부터 바뀌어야 학생들이 비로소 학교의 변화를 실감할 것이란 얘기다.

의무교육 확대를 계기로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초점이 '질 향상' 에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원노조는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감축해 실질적인 교육혜택이 학습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단계별.수준별 학습을 핵심으로 내건 제7차 교육과정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40명이 넘는 학급당 학생 수부터 시급히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예산 등의 문제로 2002년까지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정년 단축에 따라 학급당 학생 수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의무교육 확대에 따라 교과서 대금은 안내게 됐지만, 사실상 더 큰 부담은 부교재나 단체활동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선진국의 경우 학생 수업료뿐 아니라 학생의 학용품 비용까지 국고에서 지원한다" 면서 "공교육비 경감을 현실화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지원이 필요한 것은 학부모만이 아니다.

서울 중동중 김영배 교감은 "7차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는 교사들의 힘만으론 공급하기 힘들다" 고 말한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헌법 제31조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중학교 의무교육 확대는 그 한 걸음일 뿐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 는 이제부터 실현해야 할 숙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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