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SBS 뉴스 왜 '경고'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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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방송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과 관련해 신문 비판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방송사들이 최근 잇따라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MBC는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미디어렙 신설을 둘러싸고 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의 보도를 계속 내보내다 17일 방송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및 책임자 경고' 조치를 당했다.

한 마디로 MBC측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자신의 주장만을 얘기할 뿐 납득할 만한 반론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게 방송위측의 설명이다.

MBC는 지난해 12월 30일 '뉴스데스크' 에서 '방송광고' 관련 보도를 시작으로 자사의 입장을 대변했고 그 후에도 9일부터 나흘간 하루에 1개 이상의 관련기사를 내보내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주요 언론사의 '비리' 를 부각시키고 신문광고업계를 비난하는 한편 문화관광부 등 정부까지 자사의 이해와 다른 입장을 보인 쪽은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청와대와의 묵계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관련 방송사와 청와대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MBC는 뉴스 외에도 지난 11일 '100분 토론-신문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에 이어 16일 'PD수첩-다시 신문개혁을 말한다' 를 통해 신문업계를 연속해 비난했다.

MBC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최근의 '신문때리기' 가 미디어렙 신설과 관련돼 있으며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 때 언급한 '언론개혁' 을 받쳐주는 것 아니냐는 외부 시각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방송된 프로그램들은 우리 사회의 '개혁'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정간법)' 개정 등 신문개혁을 위한 시도는 결국 신문사 기자들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시각까지 갖고 있다.

하지만 MBC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미디어렙 설립에 대해 왜곡보도 일관하는 MBC는 각성하라' 는 성명서를 내고 "MBC는 자사 이익을 위한 왜곡 편파보도를 중단하라" 고 촉구했다.

또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는 17일 '대통령은 더 이상 언론개혁에 개입하지 말라' 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정치불안과 경제위기 등 산적한 개혁과제를 앞둔 정부가 언론개혁을 언급해 권력이 '언론 길들이기' 에 나섰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고 밝혔다.

언개연은 시민단체들을 이용한 권력의 언론개혁에 마뜩찮은 입장이다.

특히 김대통령의 기자회견 때 당초 연설 원고에 없던 '언론개혁' 을 김대통령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와 MBC는 두 손을 내저으며 부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언론개혁' 에 국회의 언론발전위원회 설치 등을 추진하며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여권과 최근의 MBC 보도내용들을 볼 때 아무래도 의혹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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