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서 쿠데타…카빌라 대통령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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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6일 오후(현지시간) 콩고 민주공화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로랑 카빌라 대통령이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이로 인해 짐바브웨.르완다 등 주변 6개국이 얽혀 복잡하게 진행돼 온 콩고 민주공화국 내전이 악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쿠데타〓이날 오후 1시쯤 수도 킨샤사의 대통령궁을 경호 중이던 정부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카 빌라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한 경호원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으며 그 시신을 킨샤사 주재 영국 대사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콩고 정부 대변인은 17일 카빌라 대통령이 부상당했으나 사망하지는 않았다고 서방측의 보도를 부인했다.

쿠데타는 카빌라 대통령의 최측근인 육군 참모총장 에디 카펜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펜드는 30분간 계속된 총격전 직후 국영TV에 출연해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킨샤사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 유동열(38.무역)씨는 "현지 방송에서 카빌라를 비난하는 내용이 나오기 시작해 쿠데타 세력이 권력 장악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 피살설(說) 카빌라는〓1997년 32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 전 대통령을 무력으로 몰아내고 집권했다.

반군 세력인 '콩고-자이르 해방민주세력연합' (ADFL)의장이었던 그는 대통령에 취임해 자이르란 국명을 현재의 콩고 민주공화국으로 바꾸고 개혁을 표방했으나 그 역시 철권통치와 부패로 비난을 받아왔다.

◇ 내전 재발〓집권한 카빌라는 반군 시절 반 모부투 투쟁의 동지였던 투치족을 탄압했다.

투치족은 카빌라의 권력 독점에 반발, 98년 콩고민주화운동(RCD)을 결성하고 무장투쟁을 선언해 내전이 재발했다.

내전이 종족 분쟁의 성격을 띠자 르완다와 우간다 등 인접국들이 개입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더해지면서 더욱 복잡하게 얽혔다.

콩고 민주공화국의 다이아몬드 연간 산출량은 약 6백만캐럿으로 국제가격으로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에 이른다.

카빌라는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짐바브웨.앙골라 등에 넘겨주는 대가로 군사 지원을 받았으며 반군들의 활동 자금도 다이아몬드를 밀수출한 돈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아프리카판 세계 대전' 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확대된 내전의 향방에 이번 정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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