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유혈분쟁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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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유혈분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피의 대륙' 이기도 하다. 전세계 민족.종교분쟁의 3분의1 이상이 이곳에서 벌어졌으며 현재도 아프리카 53개국의 절반 이상이 분쟁에 휩싸여 있다.

유혈분쟁이 빈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국.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이 19세기 말~20세기 초 아프리카에서 식민지 지배를 시작한 이후 자국의 편의 만을 따져 무원칙하게 영토를 분할했기 때문이다.

종족들의 생활터전을 무시한 이 경계가 독립 후 국경선으로 굳어짐에 따라 같은 종족이 여러 나라로 나누어지거나 서로 적대적인 종족들이 한 나라에서 같이 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열강들은 통치 편의를 위해 식민지배에 우호적인 부족에게 특권을 줘 적대적인 부족을 억누르게 하는 등 종족.부족간 분리.차별 정책을 펴 종족간의 증오심을 더욱 키웠다. 아프리카의 분쟁이 대부분 인종 학살과 보복 학살이라는 악순환에 휘말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르완다와 브룬디에서 투치족과 후투족이 충돌해 대량 학살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케냐에서도 대통령을 배출한 카렌진족이 다른 종족을 억압해 갈등을 빚었다.

석유.광물 등 풍부한 지하자원의 종족간 배분 문제도 유혈분쟁의 한 원인이다. 나이지리아의 종족 분쟁과 이번에 카빌라 대통령이 살해된 콩고 민주공화국 내전은 석유와 광물이 분쟁의 주요 요인이다.

그럼에도 유엔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는 아프리카의 분쟁 해결에는 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주에 분리.독립권 등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정치 실험을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에선 유혈분쟁이 모습을 감춰 분쟁 해소가 불가능한 것 만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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