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진입, LG 철수' 시나리오 통신시장 급물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국내 통신시장의 '새 판 짜기' 가 가속되고 있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이 혼미를 거듭하는 가운데 LG그룹의 통신서비스 포기설, 포항제철의 통신 시장 진입, 한국통신 민영화 등의 이슈가 잇따르면서 통신시장의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동기식 사업자가 선정되는 3월을 전후해 '포철 부상, LG 추락' 을 전제로 한 대격변을 전망한다. 이와 관련, 포철은 "동기식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고 밝혔지만 참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동기식 IMT-2000 향방〓정보통신부는 최근 동기식 사업자를 국내외가 인정하는 기업을 1대주주로 한 그랜드 컨소시엄으로 구성, 3월 중 선정한다는 방향을 정했다.

이를 위해 비동기식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들도 동기식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키로 했다.

문제는 정통부가 구상하는 그랜드 컨소시엄의 실현여부다.

정통부는 동기 컨소시엄이 포항제철.하나로통신.삼성전자.중견 제조업체는 물론 미 퀄컴.버라이존 등 외국업체까지 포함하는 말 그대로의 '그랜드' 를 희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LG와 삼성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하나로통신이 축이 된 한국IMT2000은 퀄컴의 반대로 주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업체가 수긍할 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은 17일 "동기식 사업자에 줄 인센티브는 식별번호 우선배정 등 행정적 편의 외에 금전적 혜택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 LG의 철수와 포철의 진입〓LG전자는 최근 "LG텔레콤 지분을 한국통신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는 공시를 냈다.

LG가 "원하는 바(비동기식)를 주지 않으면 정말 통신서비스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 는 최후 통첩을 정통부에 보낸 셈이다.

LG가 만약 철수하면 국내 통신시장은 엄청난 인수.합병전에 휩싸일 전망이다. 포철의 입장은 다르다. "동기식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 파워콤의 역무제한(직접 서비스금지)을 풀어주면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포철의 진입은 한국통신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통신공룡의 등장을 의미한다.

◇ 전망〓누가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되든 3월을 전후해 국내 통신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한국통신 지분 14.7%를 어느 업체들이 나누어가질지도 이때쯤 판명난다.

LG가 LG텔레콤 지분을 한국통신에 팔고, 한통지분을 인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경우 SK텔레콤도 가만있지 않을 전망이다.

신세기통신(017)을 인수하며 애써 갖춰놓은 1강1중1약 체제가 일거에 2강 체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파워콤 추가 인수를 접은 SK텔레콤이 자회사인 웨이콤 분사를 계기로 한통의 지분을 상당 부분 인수, 유선망 사업자로서의 위치를 굳히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윤.최지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