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정치학자 오일환씨 정치권 질타 연구서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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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현재의 권력구조(정부형태) 논쟁은 정치세력들의 집권구상에 따른 정략적 차원의 정치게임에 불과하다."

소장 정치학자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오일환(45.사진) 연구위원의 말이다.

오씨는 이달 중 한울에서 나올 공동연구서 『한국정치 연구의 쟁점과 과제』에서 정쟁(政爭)만 일삼는 현 정치권을 향해 이처럼 강도 높은 브레이크를 걸었다.

비록 그의 지적이 아니더도 국민들은 더 이상 당파적 이익 외의 위민(爲民)정치를 믿으려 하지 않는 눈치다.

때맞춰 정치학자가 현실적인 문제에 천착해 이런 논지를 펴고 있어 주목받는 것이다. 사실 실용학문인 정치학은 현실을 등한시 한 채 고담준론(高談峻論)에 안주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책에서 오씨는 한국정치사를 세밀하게 고찰한 뒤 권력구조 논쟁의 허구성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1948년의 제헌헌법과 그 이후에 있었던 9차례의 개헌과정을 검토한 결과, 한국정치는 정략적 차원의 권력구조 변동사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5년 단임제와 국민직선제라는 카드를 내세운 1987년의 제9차 개헌(제6공화국헌법)도 결국은 대통령의 권한 강화를 위한 기만행위에 불과했다."

지금 '국민의 정부' 시기의 권력구조 논쟁 또한 오씨의 눈초리를 비껴갈 수는 없다.

그는 "97년 대선 공약사항이었던 'DJP연합' 의 내각제 개헌안이나 막 정치권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대통령 중임제안 등도 정략차원의 술수다" 라고 비판한다.

그럼 권력구조 논쟁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정부형태의 논의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거시적인 틀로서 거론돼야 한다. 한마디로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균형잡기다. 그러나 국민통합은 뒷전으로 밀린 채 정치사회에 힘이 집중돼 '무정치' 가 오히려 낫다는 식의 정치위기를 불러왔다. 권력구조 논쟁은 정치사회의 힘을 시민의 쪽으로 가져와 균형를 잡는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오씨는 지금의 권력구조 논쟁도 전체적인 틀을 바꾸기보다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헌정사에 한 차례 시도됐던 내각제(60년 제3차 개헌)는 명백한 실패로 끝났다. 이후로 대통령제가 지속돼 온 만큼 이 제도를 개선해 돌파구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청와대 중심의 3부 통합구조의 대통령제는 곤란하다."

아울러 오씨는 현실의 정치문화와 학문을 연계하려 들 지 않는 국내 정치학계도 싸잡아 비난했다.

오씨는 한양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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