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프로답지못한 KBL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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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의 행정은 모든 것이 주먹 구구요, 충동적이어서 도무지 프로답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KBL은 16일 다음 시즌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의견을 수렴한다며 보도진을 초청했다. 정규리그 라운드 수 확대, 시즌 연장, 외국 선수 트라이아웃 존치 여부 등이 주제였다.

그러나 사실은 이미 결론을 내려 놓고 보도진의 의견도 청취했다는 요식 행위를 마치려는 것처럼 보였다. 몇달을 걸려도 부족할 문제를 놓고 불과 2시간 동안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

가장 현실적이어야 할 KBL의 구상은 허황되기까지 하다. 각 구단에서 투자액에 비해 경기수가 너무 적으니 한 라운드를 늘려 6라운드제로 하자는 의견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제기돼온 이 문제에 대해 선수.코치들은 현행 5라운드도 체력적으로 벅차다는 의견이다.

1쿼터 10분제로 돼 있는 경기 시간을 1쿼터 12분으로 늘리기조차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선수단.구단 사이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인 문제를 KBL이 나서서 강행하기 위해 요식행위를 거쳤다는 결론이 나온다.

규정의 적용과 위반에 대한 처벌도 원시적이다. 지난 13일 부산에서 벌어진 삼보-기아전에서 불거진 판정시비를 다룬 재정위원회는 경기가 중단되는 불상사가 있었다며 주심을 자격정지시켰다.

그러나 경기 비디오를 보면 삼보가 신청한 작전 타임이 적용됐을 뿐 1분도 경기가 중단되지 않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재정위원회 구성원 5명 중 농구인 출신은 백남정 위원장 등 2명뿐이다. 비디오를 검토했다지만 재정위원들이 재생화면으로 사태를 파악할 만한 능력을 지녔는지는 의심스럽다.

KBL은 늘 배우는 입장임을 강조하지만 행정은 독선으로 가득 차 있다. 목표대로 NBA수준의 기구로 성장할 수 있을지 정말 의심스럽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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