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노숙자 쉼터도 예산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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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 15일 자정 무렵 부산역 새마을호 대합실과 3층 출구쪽.

때에 찌든 옷차림의 노숙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금새 40여 명으로 불어났다.일부는 대합실 의자를 하나둘씩 차지하더니 웅크린 채 신문지를 이불 삼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했다.또 10여 명은 바닥 이곳저곳에 종이상자를 깐채 웅크리고 누웠다.비닐을 덮어쓰고 누운 노숙자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오들오들 떨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훔치는 노숙자도 있었다.50대로 보이는 한 노숙자는 잠이 오지않는지 가방에서 소주병을 꺼내 안주도 없이 마셨다.

이곳에서 1년 넘게 노숙을 해왔다는 朴모(54)씨는 “지난해 11월쯤 20여 명이던 노숙자들이 최근에는 30여 명으로 늘어났다”며 “앞으로 여기서 잠자리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며 한숨 지었다.

16일 새벽 1시쯤.부산지하철 초량역 ·부산진역 지하도에도 20여 명의 노숙자들이 신문지로 온 몸을 덮고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일부는 잠이 오지않아 몸을 뒤척였다.

이곳 말고도 경부선 구포역과 사상구 괘법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도 노숙자들을 볼 수가 있다.

보기 드문 한파가 몰려든 요즈음 부산에서도 막일 등이 줄어든 때문인지 노숙자들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 집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노숙자는 7백50여 명에 이른다.

6백여 명은 그나마 8곳의 노숙자 쉼터에서 그런대로 추위는 면하고 있다. 그러나 입소를 원하지 않거나 잘 몰라서 노숙자 쉼터에 들어가지 않은 1백50여 명은 요즘같은 유별난 추위를 거리에서 버텨내고 있다.

노숙자 쉼터 입소자들도 난방비 등의 예산 지원이 부족해 추위를 온전히 피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1백40명이 잠자는 동구 수정동 소망관은 겨울철 한 달 평균 4백만원의 난방비가 필요하지만 시 지원금은 1백50만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

노숙자들이 늘어나면서 노숙자 사이에 자리다툼 등으로 인한 시비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지난해 11월 동구 범일2동 지하출구에서 2년 동안 노숙생활을 한 金모(47)씨가 다른 노숙자들과 다투다 흉기에 찔려 숨지기도 했다.

김관종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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