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일대 겨울바다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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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다에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바다가 삼킨 처녀의 한풀이라도 하는 것처럼 파도는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밀려온다. 한바탕 바다속을 뒤엎은 파도가 숨을 고르는 동안 갯벌은 하얀 포말로 뒤덮힌다.

4~5m의 파도는 산처럼 밀려오고 포효하는 파도소리에 정신마저 잃게 하는 겨울바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신의 작품이다.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고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보려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갯바위에 걸터앉아 넋놓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진다.

겨울바다를 흔히 '철 지난 바닷가' 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열하는 태양속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여름바다보다 더 역동적이고 삶의 의미와 대자연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기에 겨울철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작해 속초~강릉~삼척~영덕~포항~울산을 거쳐 부산에 이르는 국도 7호선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 그중 삼척~맹방, 궁촌~원덕~울진, 후포~병곡, 강구~송라 구간은 국도가 해안 절벽을 끼고 돌기때문에 가장 풍광이 뛰어나다.

영남지방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1박2일 여정으로 동해안을 찾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삼척, 영.호남에서는 후포까지만 다녀와도 겨울여행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삼척바닷가에 자리잡은 신남(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갈남(갈남1리).부남(근덕면 부남리).초곡마을(근덕면 초곡리)은 동해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어촌으로 손꼽힌다.

텅빈 마을에는 갈매기만 외로이 해변을 지키고 있지만 곳곳에서 색깔 바래지 않은 갯사람들의 진득함이 묻어난다.

신남마을은 남근제(男根祭)로 더욱 유명해진 어촌이다.

어촌마을 오른편 끝으로는 추암해수욕장의 촛대바위보다 더 매끄러운 갯바위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왼편 언덕에는 매년 정월 대보름과 음력 시월 초아흐레 당제를 지내는 해신당이 있다. 해신당을 오르는 길옆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남근모양의 장승이 서있다.

결혼을 앞둔 젊은 처녀가 갯바위에서 미역을 따다 파도에 쓸려 목숨을 잃었다.

그 뒤 매년 흉년을 맞은 마을 사람들은 해신당을 짓고 남근(男根)을 깎아 바치며 처녀의 외로운 넋을 달랬다.

수백년간 갯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지켜봤던 해신당옆 향나무에는 굴비꿰듯 새끼줄에 엮인 남근목(男根木)이 바람에 흔들린다.

올해도 정월 대보름(2월7일)날 남근제와 함께 '남근깎기 경연대회(2월9일)' 가 개최된다.

남마을은 갈매기떼가 가득 붙어사는 월미도와 바닷가에 널려 있는 고만고만한 바위가 신이 빚어놓은 조각인양 저마다의 모습을 한껏 뽐낸다.

그런가 하면 맹방해수욕장은 해돋이로 유명해진 자그마한 정동진보다 넓고 툭 틔여있는 모습이 가슴마저 시원하게 해준다.

고개를 넘으면 눈앞으로 옥빛바다와 새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하염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겨울하늘을 나는 갈매기의 노래소리가 텅빈 백사장을 가득 메운다.

그곳에서 희망을 가득 담을 수 있다.

◆ 여행쪽지

환선굴(삼척시 신기면 대이리)과 죽서루(竹西樓.보물 제213호)는 삼척의 대표적인 볼거리.

덕항산 중턱에 자리잡은 환선굴에는 항아리.북.짐승.소.만리장성 등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런가 하면 태백으로 넘어와 태백산 소도당골에서 열리고 있는 눈꽃축제(13~21일)장에서 눈조각을 감상할 수 있다.

태백시에는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가 있고 용연동굴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추전역도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영월을 거쳐 올라오는 귀경길에 만나는 김삿갓묘.장릉.청령포 등은 동해안 겨울여행의 보너스다.

삼척시(033-570-3225).태백시(553-6983).영월군(374-2101)의 관광정보는 각각의 홈페이지(http://www.samchok.kangwon.kr).(http://www.taebaek.kangwon.kr).(http://gun.yongwol.kangwon.kr)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삼척〓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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