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선전화 부족…휴대폰 쪽으로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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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에서 휴대폰은 어느 정도 사용되고 있을까.

독일 구호단체 소속 의사로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마치고 최근 서울을 방문한 노베르트 폴러스텐(42)박사는 15일 "평양에 처음 도착했을 때인 1999년 7월 북한은 휴대폰을 쓰고 있었다" 고 말했다. 따라서 99년 이전에 휴대폰 서비스가 개시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휴대폰은 북한의 핵심 엘리트들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다.

기관별로는 북한의 외무성 외교관과 국가안전보위부 고위간부, 노동당 고위간부 등이 휴대폰을 애용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 인구는 3백~1천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휴대폰은 '평양 휴대폰' 이기도 하다.

휴대폰 서비스를 담당하는 북한 체신성이 평양 일원에 국한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북한 전역에 거미줄같은 무선 중계망을 구축해야 하나, 여기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으로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양 당국이 휴대폰을 도입한 것은 기존 통신 서비스가 워낙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전화보급 대수는 98년 기준으로 1백40만대로 15.7명당 1대의 보급률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전화보급 대수가 2천7백만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부족한 숫자다.

북한은 90년대 중반 이후 전국 시외전화망의 현대화 작업에 주력해 평양과 주요 도시간의 통신 선로를 광섬유 케이블로 교체했다.

또 북한과 태국의 합작회사인 NEAT&T는 지난해 8월 설립한 나진.선봉특구에서 무선호출기 사업을 개시한 바 있고, 금강산 지역에도 최근 제한적으로 무선호출 서비스가 도입됐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董龍昇)북한연구팀장은 "북한이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재래식 유선 전화망 건설보다 휴대폰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훨씬 경제적" 이라며 "하드웨어 비용을 고려할 때 유선 전화보다 휴대폰이 북한에 유리하다" 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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