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작가 김형기·나준기씨 2인전 '구심·원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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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인식의 파고듦과 인식의 확산. '

서울 창전동 쌈지스페이스 갤러리에서는 2월 25일까지는 2인전'구심. 원심'전이 열린다.

프랑스 유학파 비디오 작가 김형기(41).나준기(35)씨의 서로 다른 탐구방향을 보여준다.

김형기씨는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는 어디인가 하는 문제를 파고든다.

메인갤러리의 '불기' 같은 작품은 화면속에서 부는 입김이 현실의 램프 불꽃을 일렁이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한다.

모니터 화면에는 작가의 얼굴이 좌우로 번갈아 입김을 "훅!" 하고 불고 있다.

"훅!" 하는 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증폭된 뒤 유리관을 통해 뿜어져나와 모니터 앞에 켜진 램프의 불꽃을 실제로 흔들리게 한다.

화면속의 인물이 현실(불꽃)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다른 비디오 작품 '손짓' 을 보자. 화면에는 대형 유리상자속의 젊은 여성이 습기찬 유리창을 닦으며 나체로 바깥을 쳐다보는 장면이 비친다.

모니터 앞에는 수증기가 뿌옇게 차오르는 유리상자가 붙어있다.

관객은 현실과 가상현실에 이중으로 장치된 유리와 수증기 너머로 여인을 보게된다.

두 작품은 또 화면속 인물의 시선과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동일하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불기' 에서는 관객과 주인공이 함께 촛불을, '손짓' 에서는 양자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가상현실과 현실의 상호작용, 시선의 공유는 양자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선 '시점' 을 상영 중이다.

지난 연말 망년회에서 두 남녀가 머리에 비디오카메라를 붙인채 춤을 추게해서 촬영한 영상이다.

양쪽 벽에는 각각의 카메라가 '본' 실내풍경이 하나씩 비쳐지고 있다.

양자의 서로 다른 시점을 주목하다가 '본' 것이 사람이 아니라 카메라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나준기씨는 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인간의 인식을 비디오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차고갤러리 중앙에는 '제로 포인트' 가 설치돼있다.

원통형 금속모자속에 머리를 넣은 관객은 6개의 모니터 화면을 보게된다.

화면의 우주선 계기판과 외계풍경을 보면서 관객은 먼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된다.

'견우 직녀 만나다' 는 양쪽 벽과 천정에 비치는 우주풍경을 통해 의인화된 별자리를 보여준다.

견우성과 직녀성이 포함된 별무리와 우주공간의 풍경들이 양쪽 벽에서 마주보며 천정의 가교를 통해서 만나고 있다.

가상현실이 단순히 착각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우주여행을 향한 출발점( '제로 포인트' )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의인화된 우주( '견우 직녀를 만나다' )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김형기씨는 파리 국립미술학교 멀티미디어 학과를 졸업하고 20여차례의 그룹전과 4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나준기씨는 파리 국립발렁시엔느 대학에서 영상예술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10여차례의 그룹전과 3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02-3142-1693.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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