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본 정치] JP '벼랑끝 정치' 계속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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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반유리(造反有理)에서 조반역리(造反逆理)로' .

'줄타기의 극치냐, 노련한 생존술이냐' .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지난 1년간 정치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가파른 대치 현장마다 JP의 곡예정치가 등장했다.

곡예의 출발이었던 '조반유리(반란을 일으키는 데는 이유있다)' 는 DJP공조에서의 이탈이었다.

지난해 2월 JP는 "세상을 뒤집었던 '조반유리' 의 터무니없는 논리가 이 땅에서 재연되고 있다" 고 소리쳤다.

4.13총선을 앞둔 당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뒷받침했던 현정권을 1960년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시대의 문화혁명 구호에 빗대 공격한 것이다.

DJ와 결별한 JP는 제3의 노선을 추구하기 위해 여러 카드를 던졌다. "DJ에게 버림받았다" 는 동정론과 "우리가 보수" 라는 색깔론은 그 노선을 닦는 수단이었지만, 그런 '낡은 테이프' 에 유권자들은 냉담했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이 비유한 '서산에 지는 해' 처럼 총선 후 JP는 국회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하지 못했다. 그런 초라함에서 벗어나려고 JP는 거대야당의 李총재 쪽도 기웃거렸지만 쌀쌀한 반응만 얻었다.

9월 정기국회 시작까지 JP는 칩거와 장고, 그리고 골프로 세월을 보냈다.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자민련 관계자는 14일 "야당우위의 양당체제에서 DJ측이 李총재 때문에 국정을 끌고 갈 수 없다는 좌절과 울분을 느낄 때까지 JP는 기다렸다" 고 회고했다.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인 12월 그런 상황이 왔다. 한나라당이 국회법(교섭단체 요건완화) 개정안을 막을 수 있다고 긴장을 늦추는 사이 의원 이적(移籍)사태가 벌어졌다. 그 직후 JP는 '조반역리' (기존질서를 바꾸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를 내세워 공조회복을 다짐했다.

요즘 JP는 "(정치를)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은 과욕이 있다" 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기다림을 통한 JP의 재기는 사실 李총재의 대여 강성투쟁이 그 환경을 만들어준 것" 이라며 "차기 대선 정국에서도 역할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시" 라고 설명했다.

자민련 주변에선 "대선정국 때 JP는 DJP공조에만 매달리지 않고 3金연합을 통한 킹메이커 역할을 모색할 것" 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 중진급 상임위원장은 "JP의 생존술은 '벼랑끝 정치' 덕분에 가능했다" 며 "JP는 그런 '역설의 정치' 가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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