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자원봉사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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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시아.아프리카 등의 오지에서 지구촌 이웃을 돌보게 될 중앙일보의 제4기 국제NGO인턴봉사단(KOPION)이 지난 11일 출범했다.

이들은 오는 1월 말부터 카메룬의 어린이보호단체를 비롯해 아시아.아프리카.북미.남미 등 15개국 22개 해외 비정부기구(NGO)에 파견돼 봉사활동을 펼친다고 한다.

이러한 해외 자원봉사 경험은 스스로를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이다.

효과적으로 훈련된 자원봉사자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가장 고귀한 자원이며 세계 지구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하게 밝힐 횃불이다.

오늘날 많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인류의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 자원봉사활동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복지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휴머니즘에 입각한 인간성 회복, 나아가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는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유엔이 21세기가 시작되는 2001년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 로 지정한 취지도 자원봉사자가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원동력이며 자원봉사자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관리가 21세기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 인류는 평화롭고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지구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사회 구성원들간의 공동체 의식과 이웃사랑의 정신이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순수한 사랑의 마음으로 펼치는 봉사활동은 아름답고 소중한 인류 공동체 정신의 발현이다. 공동체적인 삶에는 현대인과 한 집단.한 나라, 나아가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

따뜻하고 살 맛 나는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질 때 실현된다. 그러려면 자신의 일상적인 삶에 충실하면서도 이웃과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각계 각층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성의 회복은 자기 희생을 기반으로 한 '나눔' 과 '섬김' 의 태도에서 출발한다.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의 공통적인 문제에는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한다. 개인 또는 단체가 하는 자원봉사활동을 미국에서는 '제3부문' 이라고 한다.

오늘날 미국은 미국 경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제1부문과 14%를 차지하는 공공부문, 6%를 차지하는 제3부문으로 유지된다. 이 중 제3부문은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힘이 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 및 자원봉사 부문이 단지 공존하는 것을 넘어 서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모습이다.

자원봉사활동의 중요성을 간파한 선진국에선 자원봉사자들을 사회의 주요한 인적자본의 개념으로 파악해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우리나라는 아직 자원봉사 활동이 미약하다.

한국인 성인의 사회봉사활동 참여율은 14%에 불과해 미국인의 55%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자원봉사활동은 생활의 일부분이 돼있으며 매달 일정 금액을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는 일이 일반화돼 있다.

프랑스는 우수하고 열성적인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1998년 월드컵 경기를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가장 성공적인 행사로 치를 수 있었다.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도 10대 청소년에서 70대 노인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훌륭한 대회로 만들었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는 우리 속담과 같이 자원봉사활동을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효율적인 시스템을 개발해 21세기 자원봉사활동 선진국이 되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운용하고 사회 저변에서 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번 중앙일보의 KOPION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명윤 <한국청소년연구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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