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돈 아닐수도" 에 검찰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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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기부의 총선자금 불법지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숨고르기 단계에 들어갔다.

현재 검찰이 부닥친 난관은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파악된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부총재를 곧바로 조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임시 국회가 개회 중이어서 국회가 姜부총재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해 주어야 姜부총재를 강제 소환해 조사할 수 있는 것이다.

姜부총재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소환 대상자와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12일 "당분간 언론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없을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즉 과거 안기부 자금담당자들과 신한국당 사무처 직원.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주변인물 등에 대한 보강조사 정도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에서 번지는 자금 출처 공방이 검찰을 다소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만약 김기섭 전 차장이 신한국당에 지원한 자금이 원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이거나 구(舊)여권의 정치자금이면 검찰은 입장이 난처해진다. 사건의 성격규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12일 자금출처 시비에 대해 "자금출처에 대한 정치권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고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金전차장이 신한국당에 지원한 자금이 안기부 예산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면서 그 증거로 안기부 지출관이 발행한 국고수표 사본을 제시했다.

검찰은 그동안 "이번 수사는 국민의 세금을 선거자금으로 횡령한 국기문란 사범을 단죄하기 위한 것" 이라며 "특정정당의 정치자금이니, 대통령 통치자금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고 강조해왔다.

야당이 수사의 형평성을 들어 검찰을 공격하고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나 '20억원+α사건' 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이 이날 관련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 범위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姜부총재 구속동의안 처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야당 의원을 소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정치권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소환이 상대적으로 쉬운 원외인사들을 강제 조사하기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놓고 과열되고 있는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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