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부정 왜 생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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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재외국민 부정입학 사건은 해당 대학측이 적발 의지만 있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특례입학이 정원외 전형인 데다 학생들이 2학년을 넘기지 못하고 자퇴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측이 이들 학생들을 등록금 수입을 가져다주는 청강생처럼 생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식 때문에 서류심사.면접 등 전형절차가 형식적으로 진행돼 브로커들이 개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부정입학 수법=입시 브로커 조건희(趙健姬)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켄트외국인학교 졸업생들은 외국 대학과 미8군 내 미국 대학 분교.국내 대학 등에 쉽게 진학할 수 있다며 학생들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趙씨는 국내 대학 부정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1년 등록금과 미국 영주권 위조비 명목으로 1인당 약 3만달러(3천5백여만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의과대학 등 인기학과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많게는 8만달러(9천여만원)씩 받아냈다.

출입국증명서와 미국학교 성적.졸업증명서 등 가짜 서류는 미국에 있던 위조전문가 박영규씨가 만들어 趙씨에게 보내주었다. 朴씨는 학생 1인당 2천달러씩을 받았다.

趙씨 등은 미국에서 공부한 적도 없는 韓모(20)양이 마치 미국에서 대학 1학년까지 다닌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M대에 편입학시켜준 사실도 드러났다.

◇ 학생과 학부모=검찰은 부정입학한 54명 대부분은 부모들이 대학 진학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지에 조기유학을 보냈던 학생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영어 실력과 학업능력이 부족해 현지에서도 학교 생활에 실패하자 부모들은 1~2년 만에 다시 국내로 데리고 와 일반 고교가 아닌 켄트외국인학교 등에 입학시켰다.

부모들은 주로 서울의 강남.동부이촌동 지역 자영업자들이거나 교수.의사 등으로 경제력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학측이 특례입학 심사를 허술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상적인 대학 입학이 어려운 자녀를 둔 부모들과 입시 브로커들이 이 제도를 악용한 것" 이라며 "앞으로 대학이 재외국민 특별전형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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